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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중부 내륙 집어삼킨 돌발 홍수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커 카운티 커빌(왼쪽 하단 지도)에서 집중호우에 따른 돌발 홍수로 주택이 잠기고 자동차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 텍사스주 내륙지역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사람이 희생되고 교회 여름캠프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대거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재 집계된 어린이 사망자만 15명으로 이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염려된다.
텍사스주 인근 멕시코만(미국명 미국만)의 높은 수온과 갑작스러운 홍수가 쉽게 일어나는 지형적 특성, 위기대응 체계 실패까지 겹친 비극으로 분석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주 커 카운티에서 전날 발생한 홍수로 어린이 15명을 포함해 5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기독교 단체가 개최한 여름캠프 '캠프 미스틱'에 참가한 여자 어린이 중 27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어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헬리콥터와 보트, 드론 등을 동원한 실종자 수색이 진행 중인 가운데 당국은 향후 며칠간 추가 폭우와 급류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구조당국은 "지금까지 850여 명을 구조했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나무를 타고 올라간 상태였다"고 밝혔다.
국립기상청(NWS)은 "이 지역에 추가 폭우와 급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고지대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날까지 일부 지역에 300㎜ 이상의 폭우가 내렸고, 앞으로 시간당 150㎜에 이르는 강우가 더 쏟아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사고 당시 이 지역은 독립기념일 연휴를 맞아 캠핑을 즐기던 인파로 붐볐다.
특히 어린이 수백 명이 인근 여름캠프 '캠프 미스틱'에 참여 중이어서 어린이 피해가 컸다.
한때 약 750명의 여자 어린이가 폭우에 갇히기도 했다.
전날 이 지역에는 최소 250㎜의 폭우가 내린 후 캠프장이 있던 과달루페강 유속이 빨라지고 물이 범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열대성 폭풍 배리의 영향으로 예보보다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기상학자들은 몇 달치 비가 단 몇 시간 만에 쏟아졌다고 밝혔다.
사망자가 많이 나온 커 카운티에는 4일 오전 1시 14분 미국 국립기상청이 돌발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그러나 커 카운티의 과달루페강 수위가 45분 만에 약 8m 상승하는 등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커 카운티 커빌의 조 헤링 시장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한밤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과달루페강에 3조갤런(약 11조3600억ℓ)이 흘러들었다"면서 "이는 미국에서 1년 동안 사용되는 물이나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한 달 반 동안 흐르는 물의 양과 같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걸프만에서 꾸준히 유입된 수분에 지난주 멕시코 유카탄반도를 적셨던 열대성 폭풍의 잔여 수분이 가세하면서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를 머리 위에서 쥐어짜듯이 기록적 폭우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과달루페강 인근 친구 집에 머물던 한 시민은 "잠에서 깨보니 방 안에 물이 발목까지 차 있었다"며 "그제야 휴대폰이 경보음을 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네이도 경보처럼 실시간 대피 방송이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상예보 업체 어큐웨더의 조너선 포터 대표는 성명에서 "돌발 홍수는 기상 조건과 무관하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모든 주민과 기관이 긴급경보를 즉각 실행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보체계 미숙뿐만 아니라 이번 폭우도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 중 수증기 증가나 해수면 온도 상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지구온난화로 대기 중 수증기 양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비가 짧은 시간 안에 집중적으로 내리게 된 것이다.
NYT는 "지구온난화로 텍사스에 치명적인 홍수를 일으킨 것과 비슷한 엄청난 폭우가 전 세계적으로 더욱 빈번히 일어나면서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연방당국이 주·지역 당국과 협력 중"이라며 연방정부가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임을 강조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비가 얼마나 내릴지 미리 예보하는 건 어렵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기상 예보 기술을 한 단계 높이는 일을 최우선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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