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가 제36대
한국제지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되자 제지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 '제지 명문가'가 나왔다"고 평했다.
제지 업계 3세 경영인은 여럿 있지만 3대째 제지연합회장을 맡아 업계에 봉사하는 첫 사례다.
최현수 회장은 고(故) 최화식
깨끗한나라 창업주의 손녀이자 고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오너 3세다.
조부는 11·12대 제지연합회장이었고, 부친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은 29·31대 제지연합회장을 지냈다.
아울러 최현수 회장은 제지연합회 73년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이다.
취임 100일 무렵 매일경제와 만난 최현수 회장은 "윗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70년 넘은 제지 업계의 '시대에 뒤떨어진(old)' 시스템을 현재에 맞게 개선하는 게 3세대 경영인으로서의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젊은 인재들이 들어와도 낯섦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회사, 업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주요 제지 기업들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현안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재활용 시스템 개선과 수출 기반 확대를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보통 '대외비'로 두는 자사 혁신 사례를 전체 업계를 위해 과감히 공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와 협력해
깨끗한나라 공장에 구축한 스마트 통합방재센터가 대표적이다.
600여 대 폐쇄회로(CC)TV와 드론을 활용해 공장 내 위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첨단 시스템으로, 지난 5월 연합회 이사회에서 소개하고 견학 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타사에서 "경쟁사에 다 보여줘도 되겠느냐"는 피드백까지 받았다고 한다.
최 회장은 "시장에서 경쟁하더라도 안전과 환경을 위해 공유하고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회원사들 설득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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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한국제지연합회장을 맡은 최현수 깨끗한나라 대표 가족 사진. 깨끗한나라 고(故) 최화식 창업주(앞줄 맨 왼쪽), 최병민 회장(뒷줄 오른쪽), 최 대표(앞줄 가운데).
깨끗한나라 |
한국의 1인당 종이 소비량은 183.6㎏으로 세계 5위권이다.
내수 시장 확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제지업의 미래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인쇄용지를 단순 수출하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로 세계 시장에서 'K페이퍼'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 포장재, 전자·바이오 소재용 특수지, 셀룰로스
나노 섬유 등 신성장 분야를 적극 육성할 방침이다.
업계의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다.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총 7차례 인상됐고, 올 1분기 업계 상위 업체인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깨끗한나라 모두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원가 절감과 탄소 저감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자체 전기를 생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정부가 재생에너지 생산을 적극 지원했다"며 "제지 업계의 친환경 에너지 생산에 보조금을 비롯한 정부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도 피할 수 없다.
최 회장은 "원료 수급, 물류, 고객 관리 등 경영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은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며 "업계 특성과 규모 차이를 고려해 단계별로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솔루션을 연합회 차원에서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회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안전 방재 시스템 도입을 위해 회원사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도 지난 3월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주문 관리 시스템 'KN-OMS'를 도입했다.
기존 주문 관리 체계에서 발생했던 반복 업무와 오류를 줄이고 재고 관리를 최적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시스템으로 주문 접수부터 생산·배송·고객의소리(VOC)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처리한다.
'젊은 인재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구현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애자일(Agile) 조직 체계를 도입해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소규모 팀을 구성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직급 단계를 기존 7단계에서 사원·선임·책임 3단계로 조정했고, 중요한 의사결정 시에는 전 직원이 참여하는 사내 공모전으로 의견을 수렴한다.
최현수 회장 △1979년 서울 출생 △2002년 보스턴대 심리학과 졸업 △2003년
제일기획 △2006년
깨끗한나라 입사 △2013년
깨끗한나라 경영기획실장 △2015년
깨끗한나라 총괄사업본부장 △2019년~
깨끗한나라 대표 △2025년 2월~
한국제지연합회 회장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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