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군 징집 대상…덴마크, 우크라전쟁 장기화 속 남녀불문 입대 추진

여군. [사진 = AP통신]
덴마크가 징병제를 여성에게까지 확대해 군 복무 인원을 늘린다.

남녀 모두 자원입대는 계속할 수 있으며, 남은 자리는 성별과 무관한 무작위 추첨제로 선발된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징병법 개정안은 지난달 초 덴마크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1일 이후 만 18세가 되는 여성부터 추첨 대상에 포함된다.

해당 법안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 증가와 나토(NATO) 국가들의 국방비 확대 흐름 속에서 추진됐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여성 카트리네는 “지금 세계정세를 보면, 여성징병제는 필요하다”며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군 복무에 참여하는 것이 공정하고 옳다고 생각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덴마크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한다는 소식. [사진 = 우크라이나 독립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덴마크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와 체결한 안보협약에 따라, 서부 우크라이나로 비무장 군인들을 파견했다.

현지 군인에게 드론 전투 전술 등을 학습시킬 목적이었다.

덴마크 병사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얻은 전투 경험은 현재 덴마크 군인들의 훈련 과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해 대규모 방위 협정을 발표하며 오는 2027년까지 성평등 징병제 도입을 예고했으나, 국제 안보 환경 악화로 인해 시행 시점을 올해 여름으로 앞당겼다.


징병 프로그램 책임자인 케네스 스트롬 대령은 AP통신에 “현 안보 상황이 시행 배경”이라며 “징집병 수가 늘어나면 전투력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구 약 600만명인 덴마크는 9000여 명의 직업 군인을 보유하고 있다.

새 정책이 시행되면 연간 복무 인원은 지난해 4700명에서 오는 2033년까지 6500명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4개월째 자원 군복무 중인 카트리네. [사진 = AP]
덴마크 현행법에 따르면, 신체 건강한 만 18세 이상 남성은 징병 대상이다.

일부 남녀는 자원입대하고, 나머지 자리는 추첨제로 선발한다.

지난해 자원입대한 여성은 전체 징집병의 약 25%에 해당한다.


복무 기간도 기존 4개월에서 11개월로 연장된다.

징집병은 5개월간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6개월 동안 실제 부대에서 복무하며 추가 교육을 받는다.


이번 조치는 덴마크 정부의 군사력 확대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난 2월, 덴마크 정부는 7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 규모의 방위기금을 조성하고, 국방비를 GDP 대비 3% 이상으로 늘릴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일부는 징병 프로그램 재정에도 사용된다.


덴마크 국방대학교의 리케 하우게고르 박사는 “유럽 전반의 안보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발트해 지역 안보 상황에 덴마크가 깊이 관여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국방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우게고르 박사는 “여성 군복의 불편함, 병영 공간 부족, 성희롱 우려 등 현실적인 과제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1~2년은 병영 시설 확충이 필요할 것이며, 시행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덴마크에 앞서 노르웨이는 2013년, 스웨덴은 2017년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 징병제를 도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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