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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서머셋 경찰이 배포한 날짜 미상의 자료 사진. 사진 속 인물은 현재 92세인 라일런드 헤들리. [사진 = 아본·서머셋 영국지방경찰청] |
58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영국의 성폭행·살인 사건이 마침내 끝을 맺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영국 브리스틀 크라운법원은 이날 92세의 라일런드 헤들리(Ryland Headley)에게 1967년 발생한 루이자 던(Louisa Dunne·당시 75세) 성폭행 및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던은 1967년 6월, 브리스틀 외곽 이스턴에 있는 자택에서 성폭행당한 뒤 질식과 목 졸림으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대규모 수사를 벌여 1만9000명의 손바닥 지문을 채취하고, 1300건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8000가구 이상을 방문 조사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찾지 못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았다.
사건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23년 경찰이 사건을 재검토하면서부터였다.
최신 DNA 분석 기술을 통해 피해자 던이 숨질 당시 입고 있던 치마에서 범인의 DNA 프로필을 확보한 것이다.
이 DNA는 1977년 두 건의 성폭행 혐의로 헤들리가 체포됐을 당시 채취된 표본과 일치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해 11월 그를 다시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부분 손바닥 자국도 재검토됐다.
이 지문은 피해자의 집 뒷문 창문에서 발견됐으며, 손목과 새끼손가락 사이 부위의 형태가 헤들리의 손바닥과 일치한다고 네 명의 감정 전문가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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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아 루이자 던(Louisa Dunne·당시 75세). [사진 = 아본·서머셋 영국지방경찰청] |
아본·서머셋 경찰청 수사 책임자 데이브 마천트 형사는 “당시 수사관들의 방대한 자료 수집과 철저한 조사 덕분에 재수사 과정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보관 중이던 자료 상자 20개 분량의 증거가 전면 검토됐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사건 당시 진술했던 목격자 대부분은 이미 사망했으며, 법정에서는 과거 진술 기록이 낭독됐다고 전했다.
헤들리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다.
그에 대한 형량 선고는 오는 2일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 측은 “그는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과정에서 헤들리의 과거 성폭행 범죄 전력도 함께 고려됐다.
영국 법상 과거 유죄 기록이 자동으로 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지만, 이번 사건은 1967년 범행과 1977년 성폭행 사건 간 유사성이 매우 커 무시할 수 없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는 과거 잉글랜드에서 70~80대 여성 두 명의 집에 침입해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항소 후 7년형으로 감형된 바 있다.
검찰청(CPS)의 샬럿 리엄 검사는 “이번 판결은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수십 년이 지나도 끝까지 정의를 추구하겠다는 검찰과 경찰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 지원 단체들은 “영국 내 성범죄 유죄율은 여전히 낮고, 사법 절차가 지나치게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경찰에 접수된 강간 신고는 7만1227건에 달하지만, 그중 기소로 이어진 사건은 단 2.7%에 불과했다.
또한 정부 통계에 따르면, 경찰이 피의자를 기소하는 데 평균 344일, 검찰이 이를 승인하는 데 30일,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평균 336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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