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습? 예상보단 덜 아프던데”…이란 당국자끼리 통화 도청했더니

WP, 美정부 내부 기밀 정보 인용
트럼프 ‘이란 핵 말살’ 주장과 달라
“이란, 비핵화 전향 시 제재 해제”

미군의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공격을 받은 이란의 포르도 핵시설. [AFP = 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성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정보당국에 도청된 이란 당국자 간 통화에서도 미군의 공습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부 내부 기밀 정보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도청으로 확보한 통화 내용에서 이란 정부 관리들은 미군의 공습이 예상보다 덜 파괴적이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통화에서는 공습이 예상보다 약했던 이유에 대해 추측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통신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말살’ 주장과는 달리 상황이 더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WP는 전했다.

다만 WP 보도에서 통화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도청을 통해 확보된 이란 당국자 간 통화 사실과 관련 내용을 부정하진 않았다.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 기지의 2025년 6월 5일(왼쪽)과 6월 19일(오른쪽) 촬영 위성 사진. 지난 19일에 촬영한 사진에는 비행기가 없는 모습이 보인다.

[AFP = 연합뉴스]

다만 이란 측이 미군의 공습 피해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익명의 이란 당국자들이 수백 피트 잔해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끝났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면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핵 협상에서 이란이 비핵화와 관련해 전향적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면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마지드 타흐트라반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이날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 완화를 대가로 핵 프로그램을 재고할지를 묻는 질문에 “왜 우리가 그러한 제안에 동의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미국과 핵 협상 재개의 조건으로 ‘추가 공격 금지’를 거론했다.

그는 “대화에 참여하는 동안 침략 행위가 반복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며 “미국은 이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해 명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 대사도 이날 CBS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라늄) 농축은 우리의 권리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며 핵농축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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