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지 않으면 죽는다”…한국 IT 이끈 1세대 기업인, AI로 환골탈태 한다는데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 인터뷰

인터넷뱅킹·가상계좌 첫 도입
‘경리나라’로 中企 ERP 혁신이끈
금융 1세대 대표…제2 창업 선언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기업용 인터넷 뱅킹, 가상계좌, 편의점 자동화기기(ATM). 지금은 모두가 익숙한 이 기술들은 모두 금융 정보통신(IT) 1세대 기업인 웹케시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것이다.


1999년 한국의 인터넷 태동기에 웹케시를 창업한 뒤 전 국민의 금융 생활을 확 바꾼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이제는 인공지능(AI)을 무기로 ‘제2의 금융 혁명’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석 회장은 “과거 산업혁명, 인터넷 혁명이 일어나면서 기존의 산업 질서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지금의 AI 혁명도 똑같은 변화를 가져올 것”라며 “창업 당시 느꼈던 ‘바뀌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지금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이에 맞춰 석 회장은 최근 금융 AI 에이전트 기업으로 그룹 전체를 재창업 수준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웹케시그룹은 중소기업용 솔루션 ‘경리나라’를 비롯해 중견기업용 ‘브랜치’, 공공기관 전용 ‘인하우스뱅크’ 등을 운영하며 기업 간 거래(B2B) 핀테크 솔루션 시장에서는 사실상 경쟁자가 전무할 만큼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석 회장은 올해 국내 최초로 주요 시중은행에 AI 에이전트 뱅킹 서비스를 도입하고, 그룹 내 자금 관리 솔루션 제품 전체에 AI를 탑재해 창업 26년째인 올해를 본격적인 AX(AI 전환)의 해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주목받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다음은 석 회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제2의 창업 수준으로 회사를 AI 중심으로 개편하는데.
▷요즘 AI 혁명이라는 말이 많은데, 직원들에게 “혁명은 이미 끝났다.

이미 AI 시대가 됐다”고 강조한다.

이는 곧 AI의 법칙에 맞춰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웹케시그룹이 기존에 운영하던 주요 상품군이 대표적이다.

올해 안에 B2B 핀테크 전 제품에 AI를 탑재해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또 AI를 은행 비대면 거래에 접목한 AI 에이전트 뱅킹 솔루션으로 2016년 이후 9년 만에 금융 시스템통합(SI)에 다시 도전한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AI 에이전트 뱅킹은 인터넷 뱅킹과 무엇이 다른가.
▷‘챗GPT’처럼 채팅이나 음성 지시만으로 은행 업무를 바로 해결해주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내 잔액을 보여줘”와 같은 간단한 질문부터 “한 달 동안 사용한 금액을 분석해줘”까지 다양한 지시가 가능하다.


현재 여기에 적용된 AI 에이전트는 사람으로 따지면 대학생 수준인데, 전체 은행 거래 중 95%는 커버할 수 있다.

앞으로 2~3년 안에 학습을 통해 박사급으로 고도화되면 모든 업무가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구축 비용과 필요 인력도 기존 인터넷 뱅킹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미 내부 개발이 끝났고 올해 안에 금융사 1~2곳에서 실제로 서비스를 선보일 것 같다.

현재 시중은행 1곳, 지방은행 1곳과 협의 중이다.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향후 2년 안에 전체 은행 업무의 70~80%는 AI 에이전트 뱅킹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솔루션의 AI 고도화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은행 시스템에서 한 것처럼 기존 솔루션에 AI 에이전트를 심는 것이 핵심이다.

새롭게 탑재되는 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고경영자(CEO)가 24시간 언제든 회사의 자금 현황과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물으면 즉각적으로 답을 해준다.

중견기업 전용 자금 관리 솔루션 브랜치에 AI를 접목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분기마다 AI 신제품을 하나씩 내놓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CEO들이 기존에 자금 담당자들이 해왔던 업무에 대해 AI에게 말로 묻고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한주형 기자]

-AI 도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한 3년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동안 쓸데없는 시도를 많이 했다.

전 국민이 쓸 수 있는 플랫폼 같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용 솔루션도 개발해 봤다.

그 과정에서 결국에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자는 방향성이 정해졌다.

웹케시가 기업용 인터넷 뱅킹을 처음으로 도입한 B2B 솔루션에서 강자인 만큼 B2B에 집중하기로 했다.


-AI 전환 과정에서 인력 구조 개편도 있었나.
▷올해부터 신입 개발자 채용을 중단했다.

기존 솔루션 화면의 메뉴를 고치거나 디자인을 바꾸는 업무는 이제 AI 툴만 있으면 다 해결된다.

AI 시대에 우리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필요한 핵심 역량은 바로 새로운 AI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다.

여기에 맞춰 기존에 웹디자인과 퍼블리싱을 담당했던 개발자들을 모두 AI 플랫폼 개발 업무로 재배치했다.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스테이블코인도 준비 중인가.
▷계열사 쿠콘이 금융 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다.

오는 8월 유니온페이와 위챗페이 같은 글로벌 결제 플랫폼과 제휴를 맺고 해외 관광객들이 국내 가맹점에서 기존 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예정인데, 이 기술을 스테이블코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으로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결제하고, ATM으로 출금도 지원하는 식이다.

국내에서 관련 제도만 갖춰지면 바로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 안에 내가 위원장으로 있는 스테이블코인위원회를 만들어 수시로 논의 중이다.


-올해 회사 창립 26주년을 맞았다.

많은 기업이 사라지는 와중에도 살아남은 비결은.
▷동남은행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 1999년 7월 1일 창업했다.

국내 인터넷 뱅킹이 시작(1999년 6월 30일)된 바로 다음 날이다.

은행원 시절 전자금융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는데, 인터넷 뱅킹 시장이 열리는 걸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과감히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회사의 모든 제품 개발에는 내가 최고제품책임자(CPO)로서 직접 관여하고 있다.

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이는 AI 시대에도 마찬가지가 될 거다.


■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은...
△1962년 부산 출생 △1988년 부산대 전산통계학과 졸업 △1988~1999년 동남은행 전자금융센터 컨설팅·프로젝트 매니저 △1999~2001년 피플앤커뮤니티 대표 △ 2001~2016년 웹케시 대표 △2015~2017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이사장 △2016년~ 웹케시그룹 회장 △2022년~ 코스닥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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