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美언론 인터뷰
美 “핵 말살” 입장과 달라
우라늄 밀반출 가능성도
트럼프 “개발땐 또 폭격”
‘300억弗 지원’ 보도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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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EPA = 연합뉴스] |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미군의 핵시설 공습에도 수개월 내에 우라늄 농축을 재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방부에서도 일부 핵시설이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로도 뚫지 못할 만큼 깊숙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미군의 공습 성과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27일(현지시간) CBS뉴스 ‘페이스 더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내가 보기에는 이란이 몇 달이라는 기간에 또는 그보다 짧은 기간에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원심분리기 단계 설비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로시 총장은 이란이 기존에 생산해 비축해둔 약 400㎏의 고농축 우라늄이 일부 남아 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이란이 미군의 공습 전에 비축해둔 고농축 우라늄을 옮겨뒀는지에 대해 “우리는 이 물질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면서도 “일부는 공격으로 파괴됐을 수 있지만, 일부는 옮겨졌을 수 있다.
언젠가는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 400㎏은 60% 수준으로 농축된 상태다.
추가로 농축할 경우 이론상 핵탄두 9개 이상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IAEA의 입장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종말’을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궤가 다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고, 공습 전 이란이 우라늄을 반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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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이스파한 핵연구 센터 인근 터널 입구를 보여주는 위성사진 [로이터 = 연합뉴스] |
미군의 핵시설 공습 효과를 의심할 만한 정황은 더 있다.
미 국방부가 지난 22일 공습한 이란 핵시설 3곳 중 1곳에는 GBU-57가 투하되지 않았다고 인정한 것이다.
미 CNN에 따르면 댄 케인 미군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지난 27일 상원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란 핵시설 공습 브리핑 중 미군이 이란 핵시설 3곳 중 하나인 이스파한에는 벙커버스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이 너무 지하 깊숙이 존재해 벙커버스터로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이스파한은 이란이 그동안 비축한 농축 우라늄의 약 60%가 저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크리스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브리핑을 마친 직후 CNN에 “이란의 핵시설 중 일부는 지하에 너무 깊이 있어 우리가 결코 접근할 수 없다”며 “따라서 이란은 비축된 것의 상당량을 미국의 폭격 능력이 닿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이란을 다시 공습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우라늄을 위험한 수준으로 농축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폭격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이다”고 답했다.
이란에 비밀 핵시설이 있을 가능성에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며 “나는 한동안 이란이 다시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전 이란과의 협상을 위해 미국이 최대 300억달러(약 40조원)의 대이란 지원책을 검토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해당 보도에 대해 “이런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가짜 뉴스의 어느 쓰레기 기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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