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강점으로 내걸며 범죄자들이 '애용'하던 텔레그램이 국내 경찰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간 국내 수사망 밖에 있던 텔레그램이 최근 수사에 적극적인 태도로 선회하면서 범죄자 검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찰은 범죄자들의 '메신저 망명'에 대비해 텔레그램 외 해외 메신저 기업과도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에 대해 95% 이상 응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제공받은 자료는 1000여 건으로, 나머지 5%는 텔레그램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텔레그램은 수사기관이 요청서를 제출하면 자사 정책과 국제법 위반인지를 검토한 뒤 가입자 정보, IP 기록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조하고 있다.

실제 경찰은 텔레그램의 협조를 바탕으로 성착취, 마약, 딥페이크 등 사이버 범죄를 집중적으로 검거하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지난 5월 딥페이크 합성물을 제작하고 배포한 10대 고교생을 구속하고, 공범 23명을 검거한 바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텔레그램에서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텔레그램 본사와 공조해 이들을 적발했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2024년 8월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플랫폼 내 아동 성착취물 유포, 마약 밀매, 자금세탁 등의 범죄 콘텐츠 방조와 수사 협조 거부 혐의로 체포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로프 CEO가 기소된 이후 텔레그램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을 변경하며 수사기관 협조 방침으로 전면 개편했다.


한편 수사기관의 압박이 거세지자 범죄자들이 시그널, 바이버 등 기타 해외 메신저로 옮겨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이에 대비해 타 메신저와도 수사 자료 제공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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