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 협상 속도가 이재명 정부 대미 협상팀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 각국을 향해 관세 협상 시한에 대한 '강경책'과 '유화책'을 동시에 꺼내 들면서 우리 정부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원하는 카드를 선뜻 내주기도, 그렇다고 미국의 관세 부과 유예 조치를 마냥 기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당초 한미 양국이 약속한 시한인 7월 8일에 맞춰 협상에 임한다는 계획이지만 양국이 수용 가능한 합의점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다시 연장할 가능성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워낙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어떤 확신을 가지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미국과 선의로 협상해왔다고 인정되는 국가에는 좀 더 유예하면서 계속 협상을 진행하자고 할 수도 있고, 선의가 별로 없고 미국으로서 협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페널티가 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관세 유예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더욱 궁지에 내몰린다.
다음달 9일부터 앞서 부과된 기본 관세 10%에 더해 국가별 차등 관세 15% 부과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기본 관세와 품목별 관세 영향으로 지난달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줄어든 상태다.
미국이 한 차례 더 관세 유예 조치를 내린다면 관세 협상에 다소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가능성' 수준에 머무는 데다 한국이 유예 대상 국가에 확실히 포함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변수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유예 시한까지) 2주가 채 안 되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아마도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박해서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4월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7월 8일까지 유예하기로 하고 현재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와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2~27일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관세 문제를 논의하는 등 새 정부 들어 한미 고위급 관세 협상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관세 협상에 참가한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철강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명확한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산업은 한국의 주력 산업이고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며 "(품목 관세를) 최대한 없애는 것이 한국 정부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여러번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과 관련해서는 " 미국 대통령이 직접 특정 프로젝트를 거론하며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은 알래스카 하나"라며 "계속 협의를 강화하면서 선의의 협력을 이어가도록 노력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미 협상단을 이끈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은 관세 협상이기도 하지만 향후 한미 간 전략적인 협력, 새로 구축할 '제조 르네상스' 파트너십의 기회이기도 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며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전기차, 배터리, 조선, 군수, 원자력 등 다양한 제조 분야에서 한미가 상호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굉장히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 들어 한미 협상에 물꼬를 튼 우리 정부는 국내 의견 수렴에도 속도를 올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30일 한미 관세 협의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한미 관세 협의가 가져올 경제 파급 효과 분석 등 연구기관의 분석 결과 발표와 함께 전문가, 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교환이 이뤄질 예정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