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립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기업 A사. '세상에 없던 AI를 만들겠다'는 일념하에 연구개발(R&D)에 매진했지만 현재까지 등록한 특허가 없다.
A사 대표는 "벤처 혹한기를 맞아 지난해 투자 유치액이 채 1억원이 되지 않아 더 이상 추가적인 R&D를 진행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도체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핵심 칩을 개발한 B사는 특허 심사 결과를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
B사 대표는 "결과가 빨리 나와야 해당 기술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데, 심사가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매출도 나오지 않으면서 빚만 쌓여 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 요소는 혁신 기술이다.
그러나 정작 국내 스타트업 10곳 중 4곳은 특허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위축된 스타트업 투자로 인해 R&D에 쓸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9일 벤처투자정보 플랫폼 더
브이씨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립된 국내 스타트업 3557곳 중 43.5%에 달하는 1547곳이 특허가 단 1개도 없었다.
특허 등록에 소요되는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특허를 가진 기업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계에서 혁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를 지원받는 기업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2019~2024년 설립된 스타트업 중 기술창업 팁스 프로그램인 '일반형 팁스'를 지원받는 기업 수는 1492곳이었는데, 이 중 29.6%인 442곳이 등록 특허가 없었다.
국내 특허 심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 등록까지 걸리는 기간이 2019년엔 15개월이었지만, 작년 5월 기준 22개월까지 늘어났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반 몇 년이 고비인 스타트업은 이른 시일 안에 특허를 받아 기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며 "특허 심사에 너무 긴 시간이 소요돼 회사가 휘청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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