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다양성 포기해라” 압박에…버지니아대 총장 결국 사임

제임스 E.라이언 총장 사임
연방 법무부 경고에 굴복
학생·교수 반발 행진하기도

제임스 E.라이언 버지니아대 총장. AP연합뉴스
미국의 명문 공립대인 버지니아대 총장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결국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후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수주의와 반하는 학계 흐름을 바꾸기 위해 여러 대학들을 상대로 교내 정책 변경을 요구해왔다.

그 여파가 총장 사퇴로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임스 E. 라이언 버지니아대 총장은 최근 법인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라이언 총장은 지난 27일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임 소식을 알리며 “내가 믿는 바를 위해 싸우고 싶고, 이렇게 떠나게 돼 슬프다”면서도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연방 정부와 싸우겠다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한다면 일자리를 잃을 직원들, 연구비를 잃을 연구원들, 장학금을 잃거나 비자가 보류될 수 있는 학생들에게 이기적인 행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언 총장은 진보적 학문 환경을 지지해 온 대표 인사로 2018년부터 버지니아대 총장으로 역임하며 DEI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왔다.

2022년엔 만장일치로 총장에 재연임되며 학내에서 존경을 받아왔다.


연방 법무부는 지난 한 달여 간 버지니아대에 DEI를 폐기하라고 요구해왔는데, 지난 17일에 보낸 서한에는 급기야 “우리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라이언 총장을 해임하라고 비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일부 이사들이 연방 보조금 중단 가능성을 우려하며 총장에게 사임을 요구했고 라이언 총장이 받아들였다.

본래 라이언 총장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였다.

버지니아대는 2023년에만 최소 3억5500만달러(약 4844억원)의 연방 연구 보조금을 받았다.


라이언 총장의 사임 소식에 버지니아대 샬러츠빌 캠퍼스에선 반발이 이어졌다.

교수진이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총장 사임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수백 명의 학생과 교수진이 대학 총장 관저로 모여들어 반대 행진을 벌였다.


버지니아대는 미국에서 20년 넘게 상위 5대 공립대로 손꼽혀 온 명문대다.


트럼프 행정부는 버지니아대뿐만 아니라 하버드대 등 미국 유명 대학들에 DEI 근절 등 제도 변화를 광범위하게 요구하고 있다.


NYT는 “대학 총장 축출을 위해 연방 정부가 엄청난 권력을 행사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학계 이념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극단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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