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능’으로 치부되는 트럼프
오히려 외교안보 방향성 또렷해져
‘영원한 적’ 믿지 않는다는 그에게
어제의 적은 언제든 ‘내일의 친구’
트럼프 연구하고 가시성 확보해야
남·북·미 향후 국면서 주도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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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란 공습 작전 하루 전인 20일(현지시간) 뉴저지에서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 |
지난 토요일 대이란 공습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루 전 중요한 힌트를 줬다.
기자들에게 “나는 늘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때로는 평화를 위해 거칠어질 필요가 있다”며 매파적 뉘앙스를 흘린 것.
하지만 언론은 이보다 “2주가 내가 이란에 줄 수 있는 최대치”라는 말을 비중 있게 조명했다.
“거칠어질 필요가 있다”는 말을 포착해 헤드라인으로 뽑은 매체가 뉴욕타임스, CNN이 아닌 친트럼프 언론(브레이트바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세상은 트럼프를 예측불가능하다고 규정하지만 매초 쌓이는 그의 말과 행동은 가시성을 키우고 있다.
이란 공습의 경우 이를 해석하는 언론이 과거 미국 대통령의 정제·함축된 화법과 기존 미국의 외교 전략에 익숙해 트럼프가 준 힌트를 간과했다.
대선 때마다 판세 예측에 실패하는 유력 언론의 신뢰성과 비슷한 편향의 문제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리야드 연설’로 주목받았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평생 ‘영원한 적’이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금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도 과거 미국과 전쟁을 벌인 국가임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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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워룸)에서 대이란 공습 작전을 준비하던 트럼프 대통령 모습. <AFP 백악관 연합> |
그의 머릿속에 어제 벙커버스터 14기로 공격한 이란은 내일 미국의 친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트럼프와 초밀착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내일 트럼프의 눈밖에 날 수도 있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달 이슬람 테러조직을 이끌었던 이력의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화끈하게 시리아 경제 제재를 풀었다.
지난 1기에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브로맨스를 연상시키는 흐름이다.
카타르로부터 보잉 항공기를 넙죽 선물로 받고 전쟁 피해국인 우크라이나에서 광물 협정문을 받아낸 이 ‘정직한 야만’의 미국 리더는 기존 우리의 고정관념에 무모하고 어리석게 느껴질뿐 예측불가능한 정책결정자가 아니다.
중동의 먼지가 걷히면 트럼프는 바로 한반도를 주시할 것이다.
지도자가 바뀌지 않아 축적된 ‘트럼프 경험’을 가진 북한과 달리 한국의 새 정부는 집중적인 탐구와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적응하려는 기업에 ‘과잉투자’보다 ‘과소투자’가 치명적인 것처럼 트럼프 시대에서 정상 간 소통은 과잉투자가 원칙이다.
‘영원한 적’은 없다고 말하는 트럼프와 첫 만남에서 한국의 새 리더가 ‘피로 맺은 동맹’부터 읇조린다면 트럼프는 그를 감성이 풍부하지만 학습은 덜된 인물로 낮춰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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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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