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적당히 좀 하지”...日 집권 자민당, 도쿄의회 선거 참패

도쿄도 의회 선거 참패로 침울한 분위기의 자민당 본부. [AFP = 연합뉴스]
다음달 열리는 참의원(상원)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띠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참패했다.


고물가뿐 아니라 정치비자금 문제에 대해 여전히 일본 국민들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체 127석 가운데 21석을 얻었다.

기존 의석수 30석에서 9석이 줄었으며, 역대 최소 당선자 배출이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특별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는 기준 26석에서 5석 늘어난 31석을 획득했다.

이로써 2021년 선거에서 자민당에 내줬던 도의회 제1당 지위를 탈환했다.


공명당은 23석에서 4석 줄어든 19석에 그쳤다.

이로써 현 도지사 지지세력인 도민퍼스트회와 자민당, 공명당을 합쳐 71석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는 성공했다.


야당에서는 국민민주당이 처음으로 도의회 의원 9명을 배출했으며, 우익 성향 참정당도 의석수를 3석으로 늘렸다.


일본 언론은 자민당이 참패한 원인으로 비자금과 고물가를 꼽았다.

도쿄도 의회의 자민당 의원 그룹에서도 당 중앙 파벌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주최하면서 수입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민당 선거를 총괄한 이노우에 신지 전 엑스포담당 장관은 “패배의 큰 요인 중 하나는 정치 자금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고물가 대책을 호소했지만 다른 당 정책과 차별화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 = 연합뉴스]
자민당이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다음달 20일로 예상되는 참의원(상원) 선거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민당은 지난해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패하며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정책 실행 등에서 번번이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 등 복잡한 상황이 됐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의석 248석 중 절반인 124석에 과거 결원 1석을 포함해 총 125명을 뽑게 된다.

참의원 의원 임기는 6년이며 3년마다 절반씩 교체되는 구조다.


현재는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각각 114석과 27석으로 과반수인 141석을 갖고 있다.

이번 선거 대상은 지역구·비례대표를 합쳐 자민당과 공명당이 각각 52명, 14명이다.

두 정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에서 최소 50명 이상이 당선돼야 한다.


만약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자민당 내부에서 이시바 총리를 끌어내리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이시바 총리가 연정을 확대하고, 상황에 따라 야당 대표가 총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NHK는 “도의원 선거와 참의원 선거가 12년에 한 번 겹치지만 많은 경우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여왔다”며 “자민당은 앞으로 한 달 남은 선거를 위한 선거 전략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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