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23년 친환경·고효율 선박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0.7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중국 조선회사들이 화석연료 기반의 선박뿐만 아니라 암모니아 추진선, 메탄올 추진선, LNG 추진선 시장까지 수주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철강 조달 비용 등을 바탕으로 국내 조선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선박 수주량 1~4위를 중국 뉴타임스조선, 후둥중화조선, 양쯔장조선, 헝리중공업 등이 차지했다.
한국 조선사들은 5~7위에 그쳤다.
중국의 대대적인 압박 속에서 한국 조선사들이 생존하려면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산업연구원이 조선 산업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에 비해 조달 부문과 연구개발(R&D)·설계 부문의 경쟁력이 앞섰다.
다만 수요와 AM·서비스 부문은 대폭, 생산은 소폭 열위로 나타났다.
선종별로 살펴보면 가스 운반선과 컨테이너선은 우리나라가 우위를 보이지만, 유조선과 벌크선은 중국의 우위가 공고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는 전기 추진이나 암모니아 추진 기술 등 향후 다양한 친환경 기술의 선박 실증 시 규제가 많다.
자율운항 선박 실증이 규제 샌드박스로 가능하게 된 것처럼, 친환경 기술 실증에 대한 규제 특구 지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최근 조선 업황 개선으로 수주가 증가하고 있으나 주 52시간 근무제도 준수로 납기일을 지키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유예가 어렵다면 법적 제약이 아닌 노사 합의하에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선박은 한 번 건조되면 수 십년간 운용되기 때문에 선주사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도 실제 트랙 레코드가 축적될 때까지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나서서 차세대 친환경 선박이나 기자재를 앞장서서 발주해 실증을 돕는다면 조선업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한미 조선업 협력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미국 함정 시장에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 설득에 나설 필요도 제기된다.
해군준비태세 보장법 등 동맹국이 미국의 전투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선박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국제 사회의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4월 7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5000t 이상의 선박을 대상으로 연료표준제 도입을 결정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IMO의 연료표준제 도입 등을 앞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LNG 운반선·추진선 발주가 늘어날 것"이라며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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