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애틀엔 스벅 1호점, 구미엔 OO 1호점”…마흔살 교촌 회장이 처음 치킨 튀긴데 가보니

교촌 1호점, 구미의 새로운 명소로
창업 에피소드 담은 거리 콘텐츠
구미시와 함께 만든 지역 상생 모델
브랜드 초심 되새긴 34년의 흔적

교촌치킨 1호점. [변덕호 기자]
“미국 시애틀에 스타벅스 1호점이 있다면, 구미엔 교촌치킨 1호점이 있죠.”
지난 19일 오후 방문한 경북 구미 송정동에 위치한 교촌치킨 1호점. 교촌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사진과 조형물들이 매장 길목에 줄지어 있었다.

교촌의 지난 34년 역사가 길 위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김종성 교촌치킨 1호점 점주는 “프랜차이즈 중에서 전국 1호점이 갖는 역사적 상징성은 교촌치킨이 유일할 것”이라며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영감을 얻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촌치킨은 최근 구미시와 함께 ‘교촌1991로’ 조성 사업을 진행해 지역의 관광 명물로 거듭나고 있다.

34년전 ‘교촌통닭’으로 시작한 교촌치킨의 헤리티지(Heritage)를 스토리텔링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특히 교촌치킨은 매장 인근의 노후화된 거리를 새롭게 정비하면서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 팀장이 교촌1991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변덕호 기자]

교촌치킨은 이날 교촌치킨 1호점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교촌1991 문화의 거리’에 대해 소개했다.


교촌치킨과 구미시가 손잡고 구미 시외버스터미널부터 동아백화점 앞까지 이어지는 약 500m 구간에 조성한 ‘교촌1991로’는 각종 조형물과 벤치, 이미지월, 치맥공원 등 다양한 디자인요소가 한 데 어우러져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창동 교촌에프앤비 커뮤니케이션부문장은 “이곳은 교촌 그룹의 정신적 고향이자 출발점으로서 갖는 상징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치 기념관처럼 리뉴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구미에 오시는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일반 가맹점하고 메뉴도 다르고 매장도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곳”이라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전반을 담당한 임영환 교촌에프앤비 전략스토어 팀장은 “교촌1991 문화거리는 교촌의 초심이 다시 구미, 오직 구미로 연결되는 헤리티지 라인이 조성되는 것”이라며 “다양한 체험 요소와 즐길 거리 및 주민들의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구미시 관광자원 사업의 일환으로 활용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촌1991 문화거리는 ▲웰컴존(구미터미널, 동아백화점) ▲교촌역사문화로드 ▲치맥공원 ▲교촌구미로드 ▲소스로드(허니·간장·레드) 등 총 5개 구간으로 구성됐다.


문화거리의 출발점인 웰컴존은 구미터미널과 동아백화점 일대에 마련됐다.

교촌 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아트월과 구미 로고 조형물이 설치돼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며, 이정표 역할을 한다.


프라이드 배달차량 모형. [변덕호 기자]
교촌역사문화로드는 교촌의 창업 정신과 브랜드 이야기를 담아낸 테마형 거리다.

여름에도 치킨이 식지 않게 배달차 문을 닫고 운행했던 일화를 담은 프라이드 조형물과 실제 전화부스를 활용해 교촌의 ‘114’·‘금성사’ 에피소드를 청취할 수 있는 체험물 등이 눈길을 끈다.


지역 내 방치돼 있던 녹지 공간을 공원으로 새롭게 꾸미기도 했다.

치맥공원은 교촌의 수제맥주 브랜드 ‘문베어’를 중심으로 꾸며진 휴식 공간이다.

문베어 캐릭터 3종(모즈윗·이시프·도이)을 활용한 포토존과 함께 조약돌 벤치, 수목 등이 조성돼 주민들의 쉼터로도 활용되고 있다.


교촌구미로드는 교촌과 구미의 정체성과 가치를 함께 담아낸 공간이다.

교촌과 구미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한 아트월, 픽토그램, 키워드 조형물이 설치돼 지역과 브랜드의 연결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 [변덕호 기자]
소스로드는 교촌의 대표 메뉴인 ‘허니’ ‘간장’ ‘레드’ 시리즈를 테마로 구성된 거리다.

허니존에는 꿀이 흐르는 벤치, 달걀 형태의 버스정류장, 허니디퍼 모양의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됐다.

간장존과 레드존에는 붓으로 바르는 콘셉트를 살린 조형물과 벤치가 마련됐다.

이 구간은 특히 어르신들의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더위에 지친 어르신들이 벤치에서 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교촌치킨1991 문화로드 리뉴얼 배경에는 단순한 매출 상승보다 ‘교촌의 정체성을 되새기자’는 내부 공감대가 작용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교촌필방처럼 이 공간도 재무적 성과보다는 브랜드의 철학과 초심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1호점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가장 적합한 공간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교촌치킨 1호점. [변덕호 기자]
구미시 역시 관광 활성화와 도시 브랜드 제고 차원에서 본 프로젝트를 후원했다.

총 18억원 규모의 리뉴얼 예산 중 5억원은 구미시가, 나머지 13억원은 교촌이 부담했다.


공공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인 만큼, 교촌과 구미시는 수차례 심의와 조율을 거쳐 콘셉트를 확정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초기에는 디자인 방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 부분도 있었지만, 구미시와 긴밀하게 협의해 원만히 마무리됐다”며 “결과적으로 외부 반발 없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향후 활용 계획에 대해선 “작년부터 구미시와 관련 행사나 후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축제나 제2, 제3의 후속 사업들도 차근히 검토 중”이라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하나하나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교촌치킨 1991 문화로드는 소박하면서도 치킨 한 마리에서 시작된 브랜드의 첫걸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교촌치킨은 이곳 구미에서, 과거의 초심을 발판 삼아 다시 한 번 다음 30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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