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형 V2 전기차 충전기를 들고 있는 김종우 SK시그넷 대표. 한주형 기자 |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SK시그넷은 향후 2년간 그 사업성을 증명할 시간을 벌게 됐습니다.
당분간 매각 논의는 없을 것이며, 내년부터는 연간 흑자를 달성해 SK시그넷을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바꿔 내겠습니다.
"
최근 경기 부천 소재 SK시그넷 R&D센터에서 진행된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김종우 SK시그넷 대표는 이같이 밝혔다.
최근 불거진 매각설에 대해서 그는 "주주들이 이미 출자를 통해 분명한 회생 의지를 보였다"며 "지금은 경영 정상화와 사업성 증명에 모든 자원을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올해 최대 1500억원의 연매출과 분기 단위 흑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이나 아무리 늦어도 2027년에는 분명히 흑자를 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기업 SK시그넷은 '전기차 캐즘'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미국 내 충전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23년과 지난해 각각 1494억원, 24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지원 보조금(NEVI)'을 전격 유예하는 등 예상치 못한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SK시그넷의 사업성에 대해 강한 확신을 내보였다.
SK시그넷의 발목을 잡고 있던 '품질 이슈'가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23년 완공된 R&D센터를 자신감의 근거로 삼고 있다.
부천 R&D센터는 SK시그넷의 '품질 컨트롤타워' 격이다.
충전기의 내구성과 품질을 가상 환경에서 자체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는 대형 시뮬레이터를 갖추고 있다.
충전기 품질 검증 시스템을 내재화한 충전기 기업은 국내외를 통틀어 SK시그넷이 유일하다.
김 대표는 "과거엔 외부 연구소나 협력사에 테스트를 의뢰했다면 이제는 R&D센터에서 디스플레이(HMI), 파워 모듈 등 주요 부품에 대한 품질 검증을 자체 수행한다"며 "테스트 결과를 협력사와 공유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품질 향상을 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간 SK시그넷의 초기 모델 'V0'와 'V1' 제품 라인은 파워 모듈, HMI 내구성 문제로 매년 약 300억원에 달하는
CS 비용을 발생시켰다.
이는 실적 반등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다만 최신 모델 'V2' 라인부터는 R&D센터의 검증 시스템이 본격 적용돼 품질 문제가 대부분 해결된 상태라고 김 대표는 자신했다.
그는 "품질 개선으로 매출원가에 미쳤던 재무적 악영향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비록 작년에는 가장 많은 손실을 봤지만 향후 가장 먼저 흑자 전환한 충전기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 NEVI 유예에 대해서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오히려 이를 계기로 민간 충전 사업자(CPO)와 주정부(뉴욕·캘리포니아)로 수요처를 다변화하는 등 자립의 기반을 새롭게 마련하고 있다"며 "연방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튼튼한 사업 기반을 마련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재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