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찍히면 큰일”…자고 일어나면 가격 올리던 식품사들 ‘눈치게임’

이어지던 가격 인상 중단
편의점 7월 공문접수 ‘제로’

한 편의점에서 직장인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이승환 기자]

줄기차게 이어지던 ‘먹거리 가격’ 인상 러시가 새 정부 출범 후 일시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16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편의점 4사는 납품 제조사들로부터 ‘다음달 가격 인상 공문’을 단 한 통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올 들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편의점 상품의 가격 인상은 매달 중순까지 제조사가 편의점에 관련 공문을 보내면서 이뤄진다.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제조사가 출고가를 올리면, 편의점은 그에 따른 적정 마진율을 감안해 제조사와 협의한 후 다음달 판매가를 설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달 들어서 편의점 4사 어디에도 오는 7월부터 출고가를 올리겠다는 제조사의 가격 인상 계획 공문이 접수되지 않은 것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문이 뒤늦게라도 접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7월 가격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사의 가격 인상 공문 발송은 제도적으로 정해진 기한은 없다.

과거에는 제조사별로 다른 시기에 공문을 접수했고, 판매가격 인상도 다음달 1일, 10일 등 다르게 적용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매달 1일 일괄 인상 적용’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고, 가격 인상 공문은 전달 중순까지 보내는 관행이 정착됐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가격 인상 1호’로 찍히지 않기 위해 식품사들이 눈치싸움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가뜩이나 ‘라면값 2000원’을 들먹이며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괜히 앞서서 가격을 올리기가 부담스럽다”면서도 “이런 상황을 예견해 작년 말 비상계엄 이후 국정 공백 상황에서 가격을 미리 올려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각종 식품 가격이 올랐다.

이에 정부가 강력한 물가 관리에 나서면서 일부 업체들이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커피·음료·김·세제 등 대다수 품목의 가격 인상이 매달 이어졌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오뚜기(컵밥·12.5%), 남양유업(프렌치카페 믹스·14.9%) 등 가격 인상 폭도 대폭 올라갔다.


최근 새 정부가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먹거리 등 서민 물가 안정을 핵심 과제로 꼽은 만큼,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가격은 유지한 채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방식이 다시 들어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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