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5대 완성차 기업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Chery Automobile)에 1조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
국내 배터리사가 중국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로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6일 체리자동차와 6년간 총 8GWh(기가와트시) 규모 '46시리즈(Series)'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6년간 공급되며 유럽에서 유통되는 체리자동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다.
8GWh는 전기차 약 12만대에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다.
업계는 계약 규모를 1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체리자동차는 1997년 설립된 중국 국영 완성차 업체다.
체리, 엑시드(EXEED), 오모다(OMODA)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간 판매량은 240만대, 수출량은 110만대를 기록하며 중국 내 대표적인 수출 중심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체리자동차는 이번 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기업 내 다른 전기차 모델로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계약은 폐쇄적인 구조로 알려진 중국 배터리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기술 경쟁력과 공급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CATL, BYD, CALB 등 자국 업체들이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완성차 기업과 긴밀한 공급망을 형성해왔다.
그러나 체리자동차는 고출력, 고에너지 밀도, 저온 성능까지 갖춘
LG에너지솔루션의 삼원계(NCM) 기반 46시리즈 배터리를 채택하며 자국 업체 중심의 조달 관행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렸다.
46시리즈는 직경 46㎜, 높이 80~120㎜의 대형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2170 규격 대비 출력은 5배, 에너지 용량은 6배 이상 향상됐다.
특히 충·방전 속도가 빠르고, 열 관리 성능이 우수해 혹한기에도 높은 효율을 유지한다.
중국 업체가 주력으로 삼는 리튬인산철(
LFP) 배터리 대비 주행거리와 출력 면에서 명확한 경쟁 우위를 지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하반기부터 해당 배터리의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에너지당 공정 횟수가 줄어들면서 제조 비용이 절감되고, 표준화된 규격은 대량 생산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46시리즈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로 분류되는 전고체, 나트륨이온, 리튬망간리치 전지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셀투팩(C
TP)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공간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고 원통형 특유의 병렬 구조는 화재 등 안전 리스크 분산에도 유리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프리미엄 원통형 배터리시장 내 기술 리더십 확보에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46시리즈 수주를 본격화하고 있다.
2024년 11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유럽·일본 완성차 기업과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서도 46시리즈 셀을 기반으로 한 고안전성·고출력 모듈·팩 솔루션 'CAS(Cell Array Structure)'를 공개한 바 있다.
CAS는 셀 간 열 확산을 최소화해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배터리 사용연한도 연장하는 구조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폴란드, 한국 등에서 46시리즈 전용 생산라인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연간 수십 GWh 규모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공급 계약을 계기로 신규 폼팩터인 46시리즈 수주를 전 세계로 확대해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