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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리부팅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 임유철 PEF운용사협의회 회장, 엄석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 이진우 매일경제신문 이사, 송성훈 매일경제신문 산업부장, 김인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이승환 기자 |
"개발자는 한 명을 양성하는 데 5년이 걸리지만, 인공지능(AI)은 30일만 학습시키면 더 뛰어납니다.
"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리부팅 포럼'에서 한 참석자가 이같이 말하자 현장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AI 기술이 인재들의 능력을 압도하면서 산업구조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모두가 공감한 대목이다.
이날 포럼은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두고 열렸다.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를 주제로 산업계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차기 정부가 반드시 다뤄야 할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포럼에는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석창규
웹케시그룹 회장, 이기원 서울대 푸드테크학과장, 임유철 PEF운용사협의회 회장, 김수민 UCK파트너스 대표, 엄석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 반도체, AI, 문화콘텐츠, 식품, 자본시장, 교육 분야를 대표하는 실무 리더 1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은 주제는 단연 AI였다.
AI가 산업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응할 정책·제도 마련의 시급성이 핵심 의제로 떠올랐다.
석창규 회장은 "회사를 26년 동안 운영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그룹 내에서 개발자를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다"며 "예전에는 이탈을 우려해 개발자 눈치를 봤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에는 설계, 퍼블리싱, 기획 등 대부분을 사람이 결정했지만, 지금은 버튼 몇 번이면 전 과정이 자동으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AI 도입 속도가 빨라질수록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민 대표는 "AI 생태계 설계 없이 예산만 배분해서는 산업이 성장할 수 없다"며 "기업이 실제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 규제, 인센티브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철주 회장은 "AI는 교육처럼 장기적이면서도 필수적인 투자"라며 "방향 없이 흩뿌리면 100조원도 낭비되지만, 제대로 설계하면 대한민국을 다시 성장시키는 엔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반만 마련하고, 실행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황 회장은 데이터센터, GPU 보조, AI 바우처 등 구조적 인프라 정책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AI가 산업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전략의 재정비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술뿐 아니라 문화콘텐츠 산업에서도 차기 정부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기원 학과장은 "AI는 단지 알고리즘이 아니라 문화와 맞닿아야 경쟁력이 생긴다"며 "한국은 언어 기반 문화콘텐츠 소비 루틴(습관)이 강한 나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비고, 삼양,
오리온 같은 브랜드가 외국인들에게 한국 콘텐츠 소비를 일상화시키고 있다.
이는 AI 시대 문화 산업의 확장성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떡볶이 하나로 연 700억원을 벌어들이는 중소기업을 방문해본 적이 있는데 이 기업은 잘 상하지 않는 식품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수출까지 가능하다"며 "이처럼 기술과 결합한 식품 산업은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 기반과 연결된 제도 설계 개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유철 회장은 "정치권은 여전히 자본이 돈을 벌면 불로소득이라고 본다.
그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세금 기반 투자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대학 시스템 개편안도 제시됐다.
이 학과장은 "서울대 10개를 더 짓겠다는 발상보다는 지역 산업과 연계된 실질적 교육 생태계를 설계해야 한다"면서 카이스트 AI 대학원, 부경대·동원, 전북대·
하림 사례를 언급하며 "이제는 민간이 대학을 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지금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우리는 모방을 잘하면 명품이 된다고 착각하지만, 모방은 결국 명품처럼 보일 뿐"이라며 "진짜 명품은 처음부터 설계하고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에서 이들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실행을 돕는 구조가 그것이다.
기술·산업·교육·자본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정책 생태계가 작동할 때 대한민국은 AI 시대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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