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 일어서고 뒤로 공중제비까지…현대차의 ‘인간급’ 로봇개, 美예능 홀렸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스팟’ 5대
‘아메리카 갓 탤런트’ 무대 올라
英밴드 퀸 노래에 맞춰서 안무

현대차 2족보행 로봇 아틀라스
올해 말 생산라인에 본격 투입
삼성·LG도 로봇 산업 공들여

10일 방송된 미국 예능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 개 ‘스팟’이 노래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아메리카 갓 탤런트 유튜브]

“You got four yeses(예스 4개를 받았습니다).”
미국 방송사 NBC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AGT)’ 심사위원의 발표에 객석이 떠나갈 듯한 환호가 터졌다.

AGT는 일반 참가자들이 출연해 노래나 춤, 마술, 성대모사 같은 자신의 재능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장기를 보여주고 나면 4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예스’ 또는 ‘노’로 평가하는데, ‘예스’를 셋 이상 받아야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날 예스 4개를 받은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이었다.

11일(현지시간) AGT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 댄싱으로 역사를 새로 쓰다’란 제목의 영상에는 스팟의 공연이 담겼다.

무대에 오른 스팟 5대는 영국 록밴드 퀸의 ‘돈 스톱 미 나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5대는 함께 모였다가 퍼지면서 각자 다른 동작을 수행하며 칼군무를 선보였다.

노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고개를 들고 열창하는 가수를 흉내 내듯이 로봇 팔 앞부분을 위로 치켜드는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1분30초 정도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스팟에 찬사를 보냈다.

공연 36초 무렵에 한 대는 동작을 멈추며 주저앉았지만, 공연 후 무대에 나온 보스턴다이내믹스 연구원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엔 ‘만들고, 부수고, 고친다’란 말이 있다”고 설명하자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해 박수를 받았다.

10일 방송된 미국 예능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 개 ‘스팟’이 노래에 맞춰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아메리카 갓 탤런트 유튜브]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0년 현대차그룹이 지분 80%를 인수한 대표적 로봇 기업이다.

특히 로봇은 각각의 부품을 완벽하게 제어해야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의 상황 변화를 즉각 감지하고 대응하는 기술이 필수적인 만큼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와도 접점이 넓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족보행과 사족보행 로봇을 생산하고 있고, 강화학습 기반의 지능형 로봇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족보행 아틀라스의 경우 최근 유압식에서 전동식으로 구동 기술을 교체하며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장애물을 뛰어넘거나 뒤로 공중제비를 한 바퀴 돌고 사물을 인식해 들어올려 필요한 장소까지 운반하는 기능도 보여줬다.

현대차는 이족보행 로봇 아틀라스를 이르면 올해 말 완성차 생산설비에 투입할 예정이다.

시험 투입 공장으로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오는 7월 본격 가동되는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인 경기도 화성에보(EVO)플랜트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에는 이미 스팟도 투입된 상태다.

전자부품업계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지목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이노텍은 아틀라스에 비전 센싱 모듈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해당 기술을 개발 중이다.

비전 센싱 시스템은 적·녹·청(RGB) 카메라와 3차원(3D) 센서를 하나의 장치에 통합한 복합 센싱 기술로, 로봇의 ‘눈’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은 밝기나 날씨를 비롯한 외부 조건에 관계없이 정밀한 환경 인식을 가능하게 해 로봇의 실사용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 계열 부품사인 삼성전기 역시 휴머노이드를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보고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로봇 전용 카메라모듈,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고내열·고신뢰성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자부품 솔루션을 중심으로 기술 확보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