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일 때만 몰리겠죠”…알바생만 죽어나는, 빽다방 할인 효과는 [르포]

500원 아메리카노에 몰린 인파
쉴 틈 없는 직원들…온라인서도 하소연
일부 매장, 재고 부족 등으로 행사 제외
인근 커피점 ‘손님 뺏겼다’ 불만도

12일 오후 방문한 경기 부천의 한 빽다방 매장 안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변덕호 기자]

“메가커피만 마시다가 할인 마지막 날이라고 해서 빽다방 왔어요. 아르바이트생들이 안쓰럽네요.”
12일 오후 방문한 경기 부천의 한 빽다방 매장 안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500원 아메리카노’ 할인 행사가 이날 끝나기 때문이다.

키오스크 앞에 선 손님들은 연신 500원 아메리카노를 눌러댔고, 매장을 빠져나온 손님 중 일부는 양손 가득히 커피를 들고 나왔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 프랜차이즈업체 더본코리아는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빽다방 아메리카노(HOT·ICED)를 500원에 판매하는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27일부터 아샷추(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 추가)를 1000원 할인했고, 지난 5~7일에는 아이스 카페라떼를 1000원에 판매한 바 있다.

더본코리아의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한 ‘릴레이 행사’ 중 하나로, 본사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제공한다.


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덕분에 손님들은 끊임없이 매장으로 몰려들었다.

매장 앞에 ‘500원’이라고 크게 적힌 홍보 포스터를 본 시민들은 “더운데 한잔할까”라며 매장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점주와 직원들은 잡담할 겨를도 없이 커피를 내렸다.

몰려드는 주문을 다 받으려면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더 바빠진 탓에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었다.

기자가 빽다방 직원에게 할인 커피 판매량을 묻자 “너무 정신없어서 모르겠다.

그런 걸 셀 틈도 없다”고 말했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일부 손님들도 “직원들이 안 됐다”며 걱정했다.


부천에 거주 중인 30대 A씨는 “아메리카노 행사 마지막 날이라 왔는데, 어느 정도 손님이 몰릴 걸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많아서 놀랐다”며 “아르바이트생들이 어려보이는데 안쓰럽다”고 말했다.


50대 주부 B씨도 “날이 더워서 커피 한 잔 마시러 왔는데 대기열이 꽤 길다”면서 “또 여러 잔 시키는 손님들도 있어서 사장님, 직원들이 고생한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도 빽다방 직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빽다방 직원으로 보이는 한 유저는 ‘OO점 오지 말라’, ‘빽다방 불매 좀 부탁한다’ 등 글을 게시했다.

또다른 유저는 ‘알바생들 힘들까 봐 안 마시겠다’ 는 등 직원들을 걱정하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부천의 한 빽다방 매장에 붙은 공지. [변덕호 기자]
일부 매장에선 원두 재고 부족을 이유로 할인 행사를 하지 않기도 했다.


부천에 있는 또 다른 빽다방 매장의 경우 “저희 매장은 원두 재고 부족으로 인하여 원활한 매장 운영 및 타 음료 판매를 위해 아메리카노 행사는 진행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키오스크 옆에 내걸었다.

키오스크 주문 탭에서는 ‘500원 아메리카노 품절’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해당 매장 직원은 “모든 빽다방 매장이 행사하는 건 아니다.

매장 상황과 점주의 선택에 따라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행사 커피를 마시기 위해 들어왔다가 발걸음을 돌린 손님들도 더러 있었다.


반면, 빽다방 인근 다른 저가 커피 매장들은 비교적 한산했다.

빽다방이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한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해당 매장 가맹점주들의 불만도 큰 모습이었다.

빽다방 인근의 한 저가 커피 매장 점주는 “빽다방이 갑자기 가격을 확 내리니까 오던 손님들도 빠져나간 것 같다”며 “날씨가 더워서 음료가 많이 나가는 시즌인데 좀 너무한 것 아니냐”며 하소연했다.


500원 아메리카노 홍보. [변덕호 기자]
다만, 빽다방의 할인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격을 확 낮춰 당장 손님을 끌어들였을 뿐 장기적인 측면에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반짝 상생안’이다.

할인으로 집객하는 건 일시적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만이 아니라 정말 상생할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와 관련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빽다방 고객 방문 증가에 대비해 매장에 운영 매뉴얼과 응대 가이드를 배포했으며,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조기 마감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며 “본사와 가맹점은 더 많은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최대 수량을 확보해 운영 중이나, 일부 매장은 재료 소진이나 장비 과부하로 행사 참여가 어려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향후 가맹점 부담을 줄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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