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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지 않기 위해 마시는 술'은 성립할 수 있는 말일까. 지난 10년이 넘는 기간에 이른바 '논알코올 주류' 앞에 붙은 의심과 의문이다.

적어도 통계상으로 논알코올 주류는 스스로 존재가치를 입증해내면서 주류(主流)로 올라섰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하이네켄코리아는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를 통해 최근 3개월 이내에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를 마신 경험이 있는 20·30대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달 발표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56.4%가 "특별한 이유 없이" 무알코올·논알코올 맥주를 마신 적이 있다고 밝혔다.


맛 또한 진전이 이뤄진 듯 보인다.

구매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로는 맛(83.6%)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가격(62.0%) △알코올 함량(35.8%) 순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는 이 같은 트렌드의 자세한 양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논알코올 맥주 4종을 비교 분석했다.

논알코올은 1% 미만의 알코올이 함유된 음료로, '0.0×%' 또는 '1% 미만'과 같이 표기되는 제품을 말한다.

평가 대상 4종은 모두 기존에 모두에게 익히 알려진 제품이다.

1% 미만의 알코올로도 얼마나 기존 맛을 구현했는지, 맛의 깊이가 없는 건 아닌지가 승부를 갈랐다.




1위는 '하이네켄 0.0'이 차지했다.

알코올 함유 제품 고유의 몰트 향과 부드러운 보디감을 그대로 담아낸 제품이다.

'듀얼 발효' 방식으로 알코올을 제거해 맛의 깊이를 구현해내고자 애썼다.

전용 조리법을 통해 본연의 균형감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전체 최고점(4.3)이자 개인 최고점을 준 박홍주 기자는 균형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높이 샀다.

박 기자는 "전체적으로 가벼운 맛인데, 단맛과 고소한 맛, 쓴맛이 조금씩 어우러져 균형감이 있다"며 "특정 맥주 스타일에 호불호가 강하지 않은 사람이 선택하기에 가장 무난하고 좋은 상품"이라고 호평했다.


기존 하이네켄의 맛을 잘 구현했다는 평도 나왔다.

4.3점을 준 김금이 기자는 "일반 하이네켄 자체가 맛이 강하지 않아 기존 제품과 제로의 차이가 가장 적었다"며 "무알코올 특유의 가벼운 맛이 덜하고 씁쓸한 맥주 맛이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논알코올의 한계를 지적하는 평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박 기자는 "오리지널 하이네켄보다는 묽고 가벼운 맛이어서 원래 버전을 상상하며 고르면 실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맥주 스타일에 호불호가 강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선택하기에 무난하다"고 첨언했다.




2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카스 0.0'이 꼽혔다.

이 제품은 기존 카스의 청량한 맛을 유지하면서 알코올만 제거했다.

여기에 칼로리·당류·알코올 모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국내 생산으로 소비자 접근성과 대중성이 뛰어나다.


카스 0.0은 익숙함을 무기로 평가자들의 마음을 샀다.

두 번째로 높은 개인 점수(4.0)를 부여한 김 기자는 "실제 카스와 유사하고 처음 마실 때는 거의 맥주인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카스 오리지널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고 칭찬한 평가자도 나왔다.

카스에 전체 최고점(4.0)이자 개인 최고점을 준 김시균 기자는 "그나마 카스 0.0이 오리지널 카스에 조금은 가 닿는 듯하다"며 "무알코올이지만 최대한 오리지널 카스 맛을 살리려 노력한 기색이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가성비 측면에서도 굳이 사서 마신다면 이걸 애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익숙한 맛을 그대로 구현해서인지 심심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개인 최저점(3.7)을 준 박 기자는 "카스 오리지널보다 맛이 묽고 밋밋한 편"이라면서 "맛이 밋밋해서 웬만한 음식과 모두 잘 어울리지만 그럴 바에는 탄산음료나 탄산수를 마시게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3위는 '호가든 0.0'의 몫이었다.

이 제품은 벨기에식 밀맥주로 특유의 부드럽고 상쾌한 풍미를 그대로 구현했다.

오렌지 껍질과 고수 씨앗의 향긋함이 살아 있는 맥주이기도 하다.

특유의 '저온 탈알코올' 공법으로 본연의 맛을 유지했다.


두 번째로 높은 개인 점수(4.0)를 준 박 기자는 "상큼한 첫맛 뒤에 특유의 호가든 향이 옅게 퍼지는 점이 인상적"이라면서 "상큼함 때문에 식사와 함께 곁들이기에도 좋다"고 호평했다.

상큼한 맛에 대한 칭찬은 이어졌다.

김금이 기자는 "가볍게 먹기 좋고 특유의 상큼함과 부드러운 맛이 살아 있다"며 "맥주라기보다 탄산음료에 가까운 맛"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맛과 많이 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시균 기자는 "맥주의 외관은 호가든인데, 맛은 호가든과 많이 달라 아쉬움이 적잖았다"며 "논알코올이어서 염두에 두긴 했는데, 맥주의 느낌을 아예 느끼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4위는 '코젤 0.0'이 차지했다.

해당 제품은 100% 보리 맥아로 만들어 코젤 맥주의 깊은 풍미를 그대로 담아냈다.

독보적인 '디알코올' 공법으로 알코올 함유량은 0.04% 미만으로 낮춘 루비 빛 논알코올 맥주다.


전체 최고점(4.5)이자 개인 최고점을 준 김금이 기자는 "흑맥주의 풍미가 살아 있고 실제 코젤 다크와 비슷한 맛이라 거슬리는 게 없었다"며 "초콜릿 맛 같은 단맛도 조화롭게 느껴지고 무게감이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먹어본 제로 맥주 중 가장 맛있다"며 "간단한 간식과 곁들여 먹기 좋다"며 호평했다.

보리 맥아에 대한 호평은 이어졌다.

박 기자는 "보리 맥아 특유의 곡물 풍미가 진하고 끝맛이 씁쓸한 게 제일 마음에 든다"며 "논알코올 맥주지만 맛이 풍부하고 진해서 오리지널 맥주랑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좀 더 씁쓸하면서도 무거운 버전의 맥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이효석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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