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에도 '제철'이 있다.
먹거리만 제철이 있는 줄 알았는데, 먹고 남은 흔적을 정리하는 데에도 대목이 있다.
여름철을 맞아 각광받는 음식물처리기 얘기다.
가전제품 시장은 음식물처리기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그동안 집안일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3대 이모님 가전'으로 불리던 건조기·로봇청소기·식기세척기의 굳건한 구도에 음식물처리기가 더해지면서다.
음식물처리기는 쓰레기 냄새, 벌레, 배출의 번거로움 등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면서 위생과 편리함까지 갖췄다.
1인 가구부터 대가족까지 두루 쓰면서 주방의 '필수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GS샵이 지난 4월 '소유진쇼'에서 방송한 음식물처리기 '미닉스(Minix) 더 플렌더 프로(The Flender Pro)' 언팩쇼가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
단일 상품으로 100분간 방송된 언팩쇼는 준비 수량 6500대가 방송 60여 분 만에 완판되며 주문액 25억원을 달성했다.
소유진쇼 프로그램 시작 이래 단일 시간대 최고 매출이다.
이번 기획은 권유경 GS샵 가전팀 MD가 주도했다.
권 MD는 "음식물처리기는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처럼 가사노동 시간이 부족한 가구에 특히 유용하다"며 "스마트한 살림을 추구하는 2030세대의 소비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언팩쇼 방송 당시 주문 고객 중 40%가 20·30대로 집계됐다.
전통적으로 50·60대가 주요 고객층인 홈쇼핑에서는 이례적인 결과다.
방송 시점도 전략적이었다.
권 MD는 "2024년 여름 폭염과 열대야로 주방 위생에 대한 불편이 커지는 것을 체감해 음식물처리기 편성의 필요를 직접 느꼈다"고 돌이켰다.
여름철에 갈수록 심해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악취와 벌레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편을 포착해 지난 4월에 이미 음식물처리기 방송 편성을 준비했다.
권 MD는 "여름을 앞두고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고객 고민이 본격화되기 전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 4월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계절성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발 빠르게 편성한 결과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가성비를 높인 것도 주효했다.
음식물처리기는 일반적으로 70만원대 이상의 고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미닉스는 2023년 말 30만원대 후반의 가격대로 제품을 출시해 접근성을 높였다.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고 '없어서 못 파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GS샵은 각종 온·오프라인 판로와 광고 창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미닉스 편성에 성공했다.
권 MD는 올해 하반기에는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 가성비,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감) 등을 높인 각종 생활가전을 확대 편성할 계획이다.
제습기와 에어서큘레이터 등 여름가전은 물론 하반기에는 난방 가전까지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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