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병대 LA 출동 준비
9일(현지시간) 미국 해병대원들이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작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에 해병대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시위에 관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갈등이 격화된 이후 나온 조치다.

이에 따라 LA 시위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9일(현지시간) 4일째에 접어든 LA 시위에서는 이날 오후까지 큰 충돌은 없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하지만 오후 늦게부터 시위대와 진압요원들이 연방청사 앞에서 대치하면서 시위대는 물건을 던지고 진압요원들이 고무탄 등을 발사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CNN은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LA에 추가 주방위군 병력 20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LA에 배치되는 주방위군 수가 2배로 늘어난 셈이다.

NYT는 이 같은 명령이 내려진 직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긴장 고조는 시위가 대부분 평화롭고 규모가 작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미 북부사령부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주말 동안 경계 상태에 있던 해병대 보병대대를 활성화했다"며 "제1해병사단 산하 제7해병연대 제2대대의 해병대원 약 700명은 LA지역에서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 중인 '태스크포스 51' 아래 운용되는 타이틀 10 병력과 함께 원활하게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투자 라운드테이블에서 해병대 투입 계획에 대해 "상황을 볼 것"이라며 확답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렇게 결정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내린 주방위군 투입 명령이 LA 상황이 악화되는 걸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훌륭한 주방위군을 파견했고 그들은 정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병대원들이 24시간 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연방정부 명령하에 파견된 해병대와 주방위군 병력은 지원 역할만 수행하고 직접적인 이민자 단속이나 법 집행에는 참여할 수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이 법이 발효되면 연방의 통제하에 있는 병력을 동원해 치안 유지와 관련한 작전을 수행할 권한이 광범위하게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란법 발동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병대 투입 결정에 민주당 소속인 뉴섬 주지사는 강도 높게 반발했다.

뉴섬 주지사는 "그들(해병대)은 독재적인 대통령의 광기 어린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 땅에서 자신의 동포들과 맞서도록 투입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는 미국적이지 않다"고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서 비판했다.

뉴섬 주지사는 또 LA지역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주·지방 경찰관 800명 이상을 추가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병대 투입 결정은 전날부터 뉴섬 주지사와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나온 것이다.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국경 차르'였다면 뉴섬 주지사를 체포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앞서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를 진압하고자 주방위군 배치를 명령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LA에서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1992년 LA 폭동 사태 당시의 한인자경단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LA한인회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LA한인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한인들의 지난 트라우마를 어떤 목적으로든 절대로, 절대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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