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인 결과 불러온다”...공포심 자극하는 미국, 아시아에 방위비 증액 요구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2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 수장’인 피트 헤그세스가 중국의 아시아 현상 변경 시도를 정면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임박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평가하며 아시아 우방국들의 전면적인 결집을 촉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연설에서 “(중국의) 대만을 정복하려는 시도는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당장이라도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면서 “중국은 아시아 패권국이 되려고 한다.

이 지역을 지배하고 통제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행동은 주변국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매우 긴급한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중국이 정교한 사이버 역량으로 산업 기술을 훔치고 중요 기반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기 위해 “전략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태세 전환을 시사하기도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는 안보를 도모하고,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심화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추구와 관련해서도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많은 국가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미국과의 방위 협력을 동시에 하려는 유혹을 받는 것을 안다”고 전제한 뒤 중국은 그런 상황을 ‘지렛대’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며, 긴장된 시기에 우리의 국방 관련 결정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아시아에 대한 방위비 증액 요구도 분명히 했다.


그는 “독일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들은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아시아의 주요 동맹국과 파트너들이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훨씬 더 강력한 (중국발) 위협에 직면하고서도 국방비 지출을 덜 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그렇게(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 증액)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억제에 군사력 배치의 초점을 맞추면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면 북한의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 한반도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조지타운대 교수)는 CSIS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미 정부의 주한미군 4500명 감축 가능성에 대해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우리는 미 국방부와 군에서 심각하게 검토 중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특히 “한반도에 대한 문제보다는 대만 위기 대응으로 대부분 군사력의 초점을 맞추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은 북한에 좀 더 자신감을 갖게 할 수 있고 오판을 이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한국 국방부 대표단도 이날 미 상·하원 의원단을 만나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를 강조했다.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거론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 국방 당국이 주한미군의 규모와 한미 확장억제 공약 등이 명시된 미 국방수권법(NDAA) 처리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조창래 국방부 정책실장은 면담에서 “한미동맹이 지난 70여 년간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 안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 미국 상·하원의 초당적인 지원과 지지를 당부했다.


조 실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 군과 주한미군 2만 8500명이 함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한반도에서의 대북 억제력을 제고함으로써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의 중요성에 대한 초당적 인식을 바탕으로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이와 관련, 미 상원은 지난 연말 한국에 배치된 2만 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유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2025년 NDAA를 찬성 85명, 반대 14명으로 가결 처리한 바 있다.


이날 미국 측 의원단은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공고하다”고 평가하며 안보·경제·과학기술 등의 분야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는 점에 공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방위 공약을 강조하고, 미군의 모든 군사적 역량을 활용해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미 상원에서는 이번 면담에 태미 덕워스(민주당), 피트 리케츠(공화당) 의원이 참석했다.

하원에서는 존 물레나(공화당), 브라이언 매스트(공화당), 그렉 스탠튼(민주당) 의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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