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폐점 수순 여파
“순환배치가 아니라 사실상 해고”
“멀어진 근무지, 다닐 수조차 없다”
입점 자영업자도 “하루아침에 빚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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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진 = 연합뉴스] |
“말이 순환 배치지 사실상 그만두라는 이야기죠.”
매경AX가 오는 7월 폐점을 앞둔 홈플러스 상동점에 만난 한 직원은 이처럼 말했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홈플러스가 점포를 하나씩 정리하면서 해당 점포의 직원들을 ‘순환 배치’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 ‘관두라는 말’과 같다는 뜻이다.
이처럼 홈플러스가 폐점 수순에 돌입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본사는 고용 보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임차점포가 무더기 폐점 위기에 놓였다.
홈플러스가 임차료 조정 협상이 지지부진한 17개 점포의 임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계약 해지 대상 점포는 가양, 일산, 시흥, 잠실, 계산, 인천숭의, 인천논현, 원천, 안산고잔, 화성동탄, 천안신방, 천안, 조치원, 동촌, 장림, 울산북구, 부산감만 등이 포함된다.
이뿐만 아니라 홈플러스는 지난 29일 10개 점포에 추가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홈플러스는 현 임대료를 재조정하기 위해 임대주들과 임대료 및 계약조건 조정 협상을 진행한 결과, 총 69개 임대점포 중 41개 점포와 조정 합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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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
홈플러스가 잇따라 폐점 수순에 들어가면서 현장 직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폐점 이후 어떤 점포로 전환 배치될지, 혹은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홈플러스 직원 A씨는 “홈플러스 마트 직원 중에는 40대 50대 주부들이 많다.
대부분 점포 인근에서 거주하는데 갑자기 먼 점포로 배치되면 현실적으로 다니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회사에서는 고용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게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입점 업체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점포별로 적게는 10여개에서 많게는 30여개 매장이 영업 중인데, 갑작스러운 폐점으로 생계유지 수단을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가게 잘못 들어왔다가 강제로 쫓겨나게 생겼다” “장사하러 들어왔다가 하루아침에 빚더미” 등 하소연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에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성명을 내고 “사측은 회생절차 개시 전에 동대문점 등 9개 점포 폐점을 확정했고, 이달 들어 27개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채권단의 압박을 이유로 점포 구조조정과 부동산 매각, 인력 감축을 동시 다발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점포 하나가 문을 닫을 때마다 수백 명의 노동자와 수많은 협력업체가 자리를 잃고, 지역 경제가 붕괴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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