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제주포럼 29일 개회…‘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혁신’ 조명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혁신의 성과, 인류 전체 이익에 기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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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지사가 29일 ICC제주에서 열린 제20회 제주포럼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
거세지는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 무역주의, 지정학적 분절, 기후 위기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글로벌 위기가 인류의 공동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의 기술 혁신은 인류에게 진보를 위한 수단이자 대변혁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다.
인류 발전의 지속가능성과 국제사회의 회복탄력성, 그리고 상호 연결된 글로벌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 파트너십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포럼이 올해 대주제로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혁신’을 조명하는 이유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는 ‘제20회 제주포럼’이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에서 개회식을 열고 글로벌 아젠다 해법 찾기에 돌입했다.
이날 개회식에는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 다닐로 튀르크 전 슬로베니아 대통령, 김진표 전 국회의장, 웸켈레 메네 아프리카대륙 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으며,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로즈마리 디카를로 UN 정무평화구축국(DPPA) 사무차장 등이 영상을 통해 축사를 전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전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혁신’을 꼽았다.
단순히 기술적 혁신이 아닌 사람 중심적이고 포용적 평화를 이룩할 수 있는 진정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은 “인류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도전에 직면했고 극복하는 데 성공했지만, 기후 위기,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 숨 가쁘게 전개되는 기술 혁신 등 지금의 글로벌 과제들은 전례 없을 정도로 다층적이고 복잡하며 규모도 압도적”이라면서 “혁신은 삶의 모든 분야에서 진보를 이끌고 기후 위기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국가 간 협력이 없다면 혁신의 결과는 인류 전체의 이익에 기여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간 관계는 국제 정치에 장기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협력하도록 유도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국제사회는 혁신이 인류가 공유하는 더 평화롭고, 지속가능하며, 번영하는 미래를 실현하는데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즈마리 디카를로 사무차장은 혁신이 포용적 평화를 위한 다리가 아닌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숨 막히는 속도로 진보하면서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UN DPPA는 평화를 지원하고 갈등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 혁신의 힘을 믿는다”며 “다만 평화를 위한 혁신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혁신적 접근은 사람 중심적이어야 하고, 여성과 청년의 실질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웸켈레 메네 AfCFTA 사무총장은 무역정책 무기화, 투자 분야의 국수주의, 글로벌 공급망 와해 등이 국제사회의 안정을 도모했던 중심축을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아프리카가 추구하는 비전 중 하나는 인류의 연대다.
혁신은 우리에게 전망이 밝은 미래를 제시하고, 진보를 약속하지만 인류를 위협하고 평화와 번영, 글로벌 협력을 저해할 수도 있다”며 “전 세계 그 어떤 지역도 홀로 현재의 글로벌 도전 과제를 헤쳐 나갈 수 없다.
협력과 조율이 줄어서는 안 되고 다자주의를 취약하게 만들면 안 된다.
무엇보다 다자주의 무역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제주포럼에는 전 세계 75개국 4500여명의 인사가 ▲외교·안보 ▲경제 ▲기후·환경 ▲문화·교육 ▲청년 ▲글로벌 제주 등 6개 분야의 53개 세션에 참여해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제주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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