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적 테슬라? 이제는 샤오미죠”…중국 베이징에 부는 ‘애국소비’

지난 15일 오전 방문한 베이징 하이뎬구 소재 샤오미 본사 전시관에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와 샤오미가 지난달 출시한 고성능 전기차 ‘SU7울트라’를 둘러보고 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지난 15일 오후 2시(현지시간) 베이징의 대표 번화가 왕푸징의 화웨이 매장은 평일인데도 스마트폰과 전기차를 보러온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형형색색의 스마트폰이 깔려있는 진열대는 물론이고, 크기별로 전시돼 있는 전기차 진열대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화웨이의 전기차 브랜드 ‘아이토’가 출시한 M8을 둘러본 60대 중국인 A씨는 “차를 정말 잘 만든 것 같다”며 “할인 여부를 알아본 뒤 구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등 외국 브랜드는 봤느냐’는 질문에 그는 “몇 군데 매장을 가봤는데, 차량 성능이나 가격 등 여러 면에서 이 차량이 가장 나아 보인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매장 직원에게 달려가 한 번 충전에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 좌석 시트는 색깔 변경이 가능한지 등을 캐물었다.


미·중 관세 전쟁을 계기로 중국에서 ‘궈차오(애국소비)’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미국의 잇따른 대중 관세 부과에 맞선 보복 관세로 미국산 수입품의 가격 인상이 예고된 데다, 미국의 연이은 ‘중국 때리기’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감이 더해져 ‘가성비’가 우수한 자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날 베이징 하이뎬구에 소재한 샤오미 본사 전시관에는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와 지난달 샤오미가 새롭게 출시한 고성능 전기차 ‘SU7울트라’를 살펴봤다.

지난해 3월 첫 선을 보인 SU7 시리즈는 지금 주문해도 40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많다.

외국산 전기차와 비교해 디자인과 성능에서 큰 차이가 없으면서 가격까지 저렴하다는 게 큰 강점이다.


중국 소셜미디어(SNS)도 애국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올린 “명품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저가로 제조하면서 브랜드값을 더해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 글과 영상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글과 영상의 주된 내용은 “약 5400만원에 판매하는 에르메스 버킨백의 원가가 약 190만원에 불과하다”, “시중에서 약 14만원에 판매하는 룰루레몬의 레깅스가 중국 공장에서는 5~6달러면 살 수 있다” 등이다.


지난 15일 오후 방문한 베이징 차오양구 소재 테슬라 매장은 한산했다.

테슬라는 미국의 잇따른 대중 관세 부과 영향으로 이달 들어 수입 판매하던 모델X·모델S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베이징 = 송광섭 특파원]

반면 같은 날 방문한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테슬라 매장은 비교적 한산했다.


매장 안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직원들만 보였다.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 ‘모델Y’의 이달 프로모션을 알리는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내용은 ‘3년 무이자’다.

차 값의 약 3분의 1을 선납부하면 잔금을 3년간 이자 없이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중국산 전기차에 밀려 안 그래도 중국 시장 내 판매량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대중 관세 부과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자 이러한 대대적인 프로모션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12일 모델S와 모델X의 중국 내 신차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두 모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생산한 뒤 수입 판매를 해왔는데, 관세가 인상되자 가격 경쟁력이 없다고 보고 아예 신차 주문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 대신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다.


테슬라 매장 직원 당 모씨는 “모델3와 모델Y는 상하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관세와 무관하지만, 최근 관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부 고객들은 걱정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애국 소비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데는 중국의 정책적 지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로 ‘5% 안팎’을 제시하면서 ‘내수 진작’을 최우선 과제로 정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부터 당국은 다양한 소비 촉진 정책을 내놨다.


이러한 영향으로 중국은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5.4% 증가한 31조8758억원(약 6187조원)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5.1~5.2%)를 웃도는 수치다.

올해 1분기 소매판매도 1년 전과 비교해 4.6% 증가했다.

소비 촉진 정책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올해 2분기부터는 무역 전쟁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에셋 대표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CNBC에 “무역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다음 달 데이터부터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관세 인상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올해 2분기 경제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도 올해 중국의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최근 중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4%에서 3.4%로 하향했다.

또 중국의 대미 수출이 6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관세 충격은 중국 수출에 전례 없는 어려움을 안겨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도 중국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5%에서 4.0%, 4.7%에서 4.2%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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