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죽는다” 선혈 낭자한 무역전쟁…항공기·대두·반도체까지 전선 확대

中, 보잉기 구매 중단 이어
미국산 대두 수입 막아서
“브라질산으로 대체 협상중”

美, 對中 고립작전 참여 땐
각국 상호관세 인하 관측도
우회수출 차단에 협조 압박

백악관 ‘中관세 최대 245%’
홈피에 적시하며 혼란 가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 = 연합뉴스]
“미국 농민들은 위대하기 때문에 항상 무역 전쟁의 최전선에 섰다.

미국은 농민들을 보호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국 농민들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놓으며 무역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는 중국과 결사 항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세 자릿수로 높아진 양국 간 보복관세율과 별개로 미·중 주요 2개국(G2)은 희토류와 반도체 수출통제, 대두·항공기 구매 중단 등 원자재와 농산물과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대치 전선을 키우며 갈등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농업계를 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격려와 응전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같은 날 확인된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량 급감과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 등을 종합하면 미국의 대중 핵심 수출 품목인 대두의 3월 중국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36.8% 줄었다.

이를 두고 현지 매체들은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인 관세 공격을 예상하고 자국 수입업체들에 미국산 대두 구매 중단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한 후 중국의 펜타닐 수출을 문제 삼아 2~3월 사이에 20%의 보편관세 인상을 단행했다.


초기 관세 공격을 확인하고 미국산 대두 수입을 유도한 중국은 중국에 대두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 3곳에 검역을 이유로 수출자격 정지를 통보하는 한편, 미국산 원목에 대한 수입을 잠정 중단시켰다.

목제품 역시 해충 등 검역 문제가 명목상 이유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오는 17~18일 브라질과 미국산을 대체하는 브라질산 대두 수입 확대를 논의하는 협상을 진행한다.


SCMP는 중국이 트럼프 1기 때도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해 미국에 타격을 입힌 사실을 거론하며 “브라질과 대두 구매 확대 논의는 분명하게도 미·중 통상 전쟁에 기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최대 145%까지 올린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상품 관세율에 맞서 최근 자국 항공사들에 미국 보잉 항공기를 새로 주문하지 말고 이미 주문한 항공기도 인도받기 전에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의 핵심 수출 시장인 중국의 문을 거의 닫겠다는 의도다.

설령 중국 정부가 승인하더라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관세율을 두고 미·중 양국이 협상을 시작하지 않는 한 항공사들이 보잉 항공기를 도입할 리 만무하다.


특히 희토류와 관련한 최근 양국 간 갈등 양상은 미·중 관세율과 별개로 세계 첨단 산업 공급망에 심각한 병목 압박을 가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희토류를 포함해 가공처리된 핵심 광물 및 파생 제품 수입으로 인한 국가안보 영향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하면서 발동한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미국 경제에 어떤 불확실성을 예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대응하라는 뜻이다.


주무 부처인 미국 상무부는 이에 대한 보고서와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으로 중국산 희토류 통제 관련 대통령 행정명령이 내려진 건 2021년 2월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 이후 4년여 만이다.


당시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 지배력을 경고하면서 대응 방안으로 미국이 동맹국과 연대해 첨단 산업에서 희토류 공급망을 관리할 것, 그리고 미국 내 투자를 늘려 역내 생산과 정제 능력을 끌어올릴 것을 주문했다.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인 H20의 수출통제를 감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날 엔비디아 발표를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9일 엔비디아에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하려면 당국에서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전했으며,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고 추가 통보했다.


중국의 예상 밖 강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상대로 거듭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은 중국 코트에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을 읽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성명에서 “중국은 우리와 협상해야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중국은 다른 나라처럼 우리가 가진 것, 미국 소비자를 원하며 다른 식으로 말하면 그들은 우리 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서 16일 중국 국무원은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을 리청강(58)으로 교체해 주목을 받았다.


리청강은 세계무역기구(WTO) 중국대사를 지내는 등 상무부에서 수십 년간 국제 협상을 맡아온 인물로, 중국도 미국과 무역 협상 테이블이 마련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70여 개국과 진행하는 무역 협상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는 다양한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컨대 해당국에 관세율을 낮춰주는 대신 중국이 해당국을 거쳐 미국으로 상품을 우회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의 요청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이 같은 중국 고립 전략을 주도하는 인물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을 지목하며 그가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의 무역 상대국을 압박하면 중국이 미국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로 고립 전략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지난 9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도 대중국 압박 수단으로 중국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해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언급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