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거부하다간 우물안 개구리 돼”…중기 CEO, 직원들 야근 96% 줄인 비결은

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소방전기 제조·시공기업 GFS
삼성 컨설팅 받아 체질 개선
생산성·품질 두마리 토끼 잡아
야근 96% 감소·연봉은 늘어

김현식 GFS 대표이사(왼쪽)와 양은홍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3D 비전검사기를 살펴보고 있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열심히 배우고 변화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김현식 GFS 대표)
1966년 4월 서울 청계천의 조그만 가게에서 출발한 GFS는 50년 넘게 소방전기 제품 제조 및 시공 전문기업으로서 화재 안전 기술 분야에 집중해왔다.

2001년 지금의 경기도 의정부로 본사를 이전했고, 2010년에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 진출도 시작했다.


소방전기 제품 제조·시공 분야에서 굵직한 실적을 거뒀다.

GFS는 인천국제공항 3·4단계 확장,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인스파이어 리조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등 국내외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GFS의 과거 생산 환경은 시대에 뒤처진 채로 멈춰 있었다.

납기 준수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야근이 불가피했고 작업장 내 공간 활용이 비효율적이라 자재·제품 보관이 쉽지 않았다.

비효율적인 물류 동선도 익숙함이라는 이름 아래 고착화돼 있었다.

김 대표도 과거의 회사를 ‘우물 안 개구리’로 표현했다.


김현식 GFS 대표이사(오른쪽)와 양은홍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3D 비전검사기를 살펴보고 있다.

그러던 GFS는 2021년 10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위기의식이 생존 본능을 일깨웠고 전문 컨설팅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려 했다.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다.

당시 공장 라인은 수작업 위주였고, 박스 접기부터 조립까지 자동화가 되지 않아 수주가 늘어도 생산성이 받쳐주지 못했다.

수작업 위주의 공정은 작업자의 피로도를 높였고, 숙련된 직원 없이는 안정적인 품질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삼성전자의 전문가들과 함께한 혁신 과정에서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공장 레이아웃 최적화였다.

기존에는 외부 임차를 고려할 정도로 공간이 부족했지만, 불필요한 물류 이동을 최소화하고 자투리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연간 1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주요 공정에 간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자 생산성도 올라갔다.

스마트공장 도입 전 화재 감지기 인당 생산량은 2250개 수준이었지만, 자동화 이후 4600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소방전원공급장치 생산라인의 생산능력은 163% 향상됐다.


(왼쪽부터)김현식 GFS 대표이사와 관계자들, 양은홍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자재창고 관리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공정 개선과 병행해 이뤄진 또 하나의 변화는 바로 ‘조직문화’였다.

스마트공장은 단지 설비나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일상적인 회의로 아이디어를 교류하면서, 직원들도 변화에 대한 저항감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기존 방식에 익숙했던 직원들은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개선 효과를 직접 경험하며 점차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됐다.

삼성의 전문가들은 단순히 조언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작업 공간을 정리하고 생산 공정을 조율하면서 변화를 이끌었다.

이러한 컨설팅 방식은 GFS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보통 컨설팅은 ‘이렇게 하라’는 방식인데, 삼성 전문가들은 공구를 들고 직접 현장에 들어왔다”며 “우리 직원들이 놀랐고, 서서히 그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효율성 향상을 위해 직접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작업을 수월하게 하는 보조 도구를 만드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고 작업대, 대차, 보관 선반 등 78종 195대의 도구가 만들어졌다.


(왼쪽부터) GFS 김현식 대표이사, 이승훈 부장, 김종률 상무, 민경일 상무
시스템 변화도 일어났다.

삼성전자 멘토단은 생산 현장에 자동화 설비와 MES(제조 실행 시스템)가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단순한 프로그램 설치를 넘어 ‘직원들이 매일 쓰고 익히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변화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우선 매년 5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매출 면에서도 스마트공장 지원 프로그램이 시작된 2021년 제품 매출은 185억원에 그쳤지만, 2024년에는 450억원까지 늘었다.

시공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같은 기간 642억원에서 1272억원으로 약 2배 상승했다.


직원들의 근무 여건도 개선됐다.

연장 근로 시간은 1796시간(2022년)에서 71시간(2024년)으로 급감했으며 같은 기간 직원들의 연봉은 평균 20% 가까이 상승했다.

GFS는 MES-ERP(전사적 자원 관리) 통합 시스템 구축 등 중장기 개선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GFS는 스마트공장을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품질을 향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정부를 포함한 경기 북부 지역 중소기업들에 스마트공장 구축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의 성공이 다른 기업들에도 영감을 주길 바란다”며 “더 많은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도입해 혁신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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