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와 개발한 ‘재고최적화 시스템’
재고 회전율 높이고 과잉재고 방지
파티션 없는 회의로 빠른 의사결정
물류센터선 전세계 48시간 이내 배송

포르투갈 리스본 자라 ‘호시우점’. 김금이 기자
인디텍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생산·유통·판매 수직계열화다.

전 세계에 주 2회씩 신상품을 배송하고 매장에서 2주마다 신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비결이다.

계절마다 고정적인 컬렉션을 출시하는 전통 방식을 따르기보다 빠른 결정으로 실시간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인디텍스 브랜드의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24일 스페인 라코루냐에 위치한 5층 규모의 인디텍스 본사에서는 파티션 없이 넓은 공간에서 젊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서서 회의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모든 층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다.

회사라기보다 대학 열람실을 연상하게 하는 개방적 분위기였다.


1층 남성패션 사무실 한가운데 있는 60인치 티비 모니터를 통해서는 국가별 매출 현황과 인기 제품이 실시간 업데이트됐다.

파티션 없는 구조 덕분에 디자이너부터 의류를 재단하는 ‘파트론팀’, 영업팀, 매장 매니저 등이 한데 모여 업무 상황을 공유하고 바로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인디텍스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재고 최적화 분배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 매장 인기 제품과 판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제품 개발과 물류 시스템에 즉각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인디텍스는 재고 회전율을 높이고 과잉 재고를 방지하고 있다.


라울 에스트라데라 인디텍스 CCO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실시간 인사이트와 트렌드 그리고 일일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 구성을 지속적으로 조정한다”며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중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재단을 마친 옷을 직원들이 현장에서 입어보며 평가하거나 포토그래퍼가 화보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디자인 수정을 결정하기도 했다.

인디텍스 관계자는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라 모든 구성원이 형식적인 것을 없애고 권위적인 것을 깨자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디텍스 의류는 스페인 인근에 위치한 포르투갈, 튀르키예, 모로코 등에서 대부분 만들어져 스페인 내 물류센터로 다시 모인다.

완제품이 매장으로 배송되기 전에 스페인 3곳과 네덜란드 1곳의 자체 물류센터로 모여 엄격한 검수를 거친다.


물류센터에서는 주 2회 배송으로 회전율을 높여 재고가 쌓이지 않게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재고가 없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물류창고’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첨단 정보기술(IT) 기반 물류 시스템을 통해 유럽 매장에는 36시간 이내, 미주·아시아 지역에는 최대 48시간 이내에 제품을 배송한다.


에스트라데라 CCO는 “효율 중심의 물류 시스템과 연계된 근접 생산 방식은 수요에 최적화된 짧은 생산 주기를 구현하며 정밀한 생산 프로세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인디텍스는 지난해와 올해 연간 9억유로(약 1조3775억원)를 투입해 물류 역량을 강화한다.

올해 하반기 운영을 목표로 스페인 사라고사에 28만6000㎡ 규모의 다섯 번째 물류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센터의 수용력을 확장하고 다른 인디텍스 브랜드를 위한 신규 물류센터도 세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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