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놀란 외국인 투자자들
월가 한국 담당자에 문의 빗발
韓금융기관 조달금리 오르고
K바이오 투자금 납입도 지연
코리아 디스카운트 급속 확산
시장불안 잠재울 리더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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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당신도 한국에 돌아가 군입대합니까?”
지난 3일 오전(현지시간) 월가에서 한국 담당자들 전화기에 불이 났다.
한국에서 비상계엄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설명을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친 것이다.
이때 많이 나온 질문이 군입대였다.
이는 언뜻 듣기에 황당하지만 한국에 군사적 수요가 필요한지를 묻는 중요한 질문이었다.
비상계엄이라 하면 대한민국 헌법에도 쓰여 있듯이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에 병력으로 군사상 필요에 응해야 하는 경우를 흔히 일컫는다.
그러나 아니었다.
투자자들은 동시에 한국을 이스라엘과 비교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등 외부세력과 전쟁을 벌일 때마다 미국 내 유대계들이 이스라엘로 대거 자원 입대한 것을 떠올린 것이다.
물론 이번에 한국이 이스라엘처럼 전쟁을 벌인 건 아니었지만 이스라엘 같은 자원 입대는 요원하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었다.
단편적인 이야기지만 결과적으로 월가는 이번 비상계엄의 요건 결여와 한국의 느슨한 국민 정서를 깨달았다.
그 결과는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이후 한국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은행 일부는 미국 내 조달금리가 꾸준히 상승했다.
통상 연말이면 조달 수요가 줄어 금리가 조금 올라가는 경향을 보이지만 예년보다 더 올라간 것이다.
분명 이번 계엄과 탄핵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중론이다.
뉴욕 주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유망 바이오 기업은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당초 올해까지 투자금을 납입하기로 했던 투자자들이 내년으로 납입을 미루겠다는 것이었다.
이 기업의 오너가 한국인이고 연구개발(R&D)이 한국에서 주로 이뤄진다는 게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경제적인 피해는 정치 불안에 기인한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적 리더십 수준이 바닥으로 추락했고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월가에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의 한 법인장은 최근 투자자로부터 “한국이 독재 관점에서 북한과 동급이 되었다”는 농담을 듣고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2의 IMF 우려도 제기된다.
뉴욕 소재 한 일본계 은행 한국 담당은 “원·달러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바이 코리아’를 할 것”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과거 IMF 때처럼 값싸게 한국 자산을 사들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이제 탄핵의 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앞으로 정부는 한 치의 국정 공백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고,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수습과 안정을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은 스스로 경제적 자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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