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의 구조조정을 담당할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연일 개혁 대상을 지목하면서 미국 연방정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는 국세청(IRS)의 예산이 필요한지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대중의 의견을 묻는 한편,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을 폐지해야 할 기관으로 지목하고 기후 관련 보직에 대한 폐지 가능성을 시사했다.
머스크는 27일(현지시간) 엑스를 이용해 대중에게 IRS가 요청한 200억달러의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 옳은지 물었다.
이는 월리 아데예모 재무부 부(副)장관이 200억달러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IRS가 충분한 감사를 진행하지 못해 재정적자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친 데 대한 반응이었다.
머스크가 공개한 이용자 조사에서 60.6%는 IRS의 예산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
삭감(29.9%), 인상(5.6%), 동결(3.9%)보다 월등하게 많은 답이 사실상 IRS 폐지를 언급한 것이다.
머스크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공유만 했을 뿐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머스크가 조사 결과를 공유한 것만으로도 각 정부부처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DOGE의 수장으로서 정부 내 관료주의와 낭비성 지출을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 공무원을 대거 줄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부풀려진 연방예산(6조7500억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조달러 이상을 삭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규제를 축소하는 것에 비례해 연방 공무원 수를 줄일 수 있고, 재택근무를 중단하면 많은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퇴직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머스크가 언급한 '삭감 대상'은 비효율적이거나 정부에 중복된 기능이 있는 기관이 포함된다.
머스크는 비효율을 이유로 F-35 전투기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F-35 설계는 요구사항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너무 많은 것을 충족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F-35는 비싸고 복잡하며 모든 것을 조금씩 할 수 있지만 어느 것도 뛰어나게 잘하지 못하는 기체가 됐다.
애초에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F-35는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로 미국 외에 한국, 영국,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 이스라엘 등이 도입한 바 있다.
머스크는 인간이 원격으로 조종하면서도 자율 기동이 가능한 드론 전쟁이 미래라는 주장을 내세워왔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국방부의 F-35 관련 비용을 삭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머스크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공무원들에게도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공무원의 신원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주 엑스에 기후 관련 공직을 맡은 4명의 이름과 직책을 담은 게시글 2건을 공유했다.
머스크는 납세자가 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의 '기후 다변화 국장'을 고용하기 위해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글에 "가짜 일자리가 너무 많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 에너지부 산하 대출 프로그램 사무국의 최고기후책임자인 여성도 지목했다.
머스크는 보건복지부의 환경 정의·기후 변화 선임 고문과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선임 기후 고문으로 일하는 여성들도 지목 대상에 포함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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