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자택 앞 도넘은 '민폐 시위' 기승…주거지역 규제 강화로 다수 시민 피해 막아야

- 일방적 주장 관철 위해 협상 주체 아닌 기업인 자택 앞에서 시민 불편 볼모로 이기적 시위

평온한 사생활이 보장돼야 하는 주거지역 내 기업인 자택 인근에서 개인 또는 일부 노조가 이기적 민폐 시위를 벌이는 데 대한 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 관철을 위해 협의 당사자가 아닌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의 자택 앞에서 소음을 발생시키거나 자극적 문구를 게시해 모욕을 주는 등 소란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문제는 기업인의 이웃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수 시민들이 무분별한 이기적 시위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달 중순 충남 천안 원성동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일부 조합원들이 서울 삼성동 이해욱 DL이앤씨 회장 자택 앞에서 벌인 시위 등은 대표적 사례중 하나로 꼽힙니다.

조합원들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입주에 필요한 추가 분담금이 크게 오르자 사업자인 DL이앤씨와 국토부 등을 상대로 ‘뉴스테이 사업 선정 취소 및 일반분양 전환’을 요구하며 상복 차림으로 DL이앤씨 회장 자택과 종로 소재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지난 7월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역시 마찬가지.

전삼노는 총파업 시작 후 사측과 임금교섭을 벌여왔지만 ‘직원 전용 쇼핑몰 200만 포인트 지급’ 등 무리한 요구를 잇따라 추가하며 협상을 지연시켰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 측은 협상이 난항을 겪자 이재용 회장의 자택으로 몰려갔습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2024 파리올림픽 참관과 비즈니스 미팅 등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었던 만큼 빈 자택 앞에서 벌인 시위는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에 가까웠고,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갔습니다.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 역시 무분별한 민폐 시위가 벌어지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작년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과도한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고 있는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지난 26일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에서 상경투쟁을 벌였습니다.

회사는 일방적인 교섭 거부와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노조를 상대로 교섭 재개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여전히 경영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성과급을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약 20여명의 현대트랜시스 노조원들이 주말 오전에 현수막과 피켓 등을 동원해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면서 주말 평온한 휴식을 취해야 할 인근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조가 기업인 자택 앞이나 인근 일반 주택가에서 무리한 민폐 시위를 벌이는 경우가 지속되고 있다며 노조의 이러한 무분별한 시위는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정해진 법과 절차도 무시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의선 회장 자택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2년 전에도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등 일부 주민들이 벌인 시위로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당시 시위대는 국책사업인 GTX-C의 무리한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나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을 제쳐두고, 협의 주체가 아닌 정의선 회장 자택이 위치한 한남동에서 민폐 시위를 벌였습니다.

법원은 같은 해 12월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등에 제기한 시위금지 및 현수막 설치금지 가처분 신청을 대부분 인용하며 약 한 달간 이어진 막무가내 시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기업인 자택 앞에서 일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벌어진 민폐 시위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7월에는 한화오션 노조 근로자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3개월 넘도록 지지부진하자 서울 가회동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습니다.

CJ 대한통운 노조의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 장충동 이재현 CJ 회장 자택 앞에서 벌어진 2022년 택배노조 시위, 2018년 서울 평창동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자택 인근에서 열린 현대중공업노조 시위 등도 주변 주민들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안겼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공공개발 철회,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다수 시위가 열린 서울 본동 원희룡 당시 국토부장관 자택 앞을 비롯, 오세훈 서울시장의 자택이던 서울 자양동 아파트, 추경호 당시 기재부장관이 거주하던 서울 도곡동 아파트 등 고위공직자 자택 인근에서도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마포구 소각장 신설 반대 등 각종 시위가 끊이지 않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웃들께 평온한 일상을 돌려 드려야겠다"며 주거 밀집 지역이 아닌 서울 한남동 내 위치한 시장 공관으로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함께 주거지역 내 다수 시민들의 평온권 및 학습권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집회·시위 요건 관련 더욱 강화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입니다.

그나마 지난 8월부터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주거지역 등의 집회·시위 소음 기준치를 5 또는 10데시벨(dB)씩 하향 조정하는 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 최고 소음 규제 기준치는 주간 80데시벨, 야간 70데시벨 및 심야 65데시벨 이하로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80데시벨은 지하철 소리와 맞먹는 소음으로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은 주거지역 내 집회·시위 소음이 주간 50데시벨, 야간 35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고, 미국 뉴욕에서는 집회 신고를 했더라도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유럽을 비롯해 캐나다와 뉴질랜드 등에서는 집회·시위 중 표출되는 극단적 혐오 표현에 대한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법조계 전문가는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71%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며 “주거지역 내 다수 시민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도록 글로벌 주요국 수준의 실효성 있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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