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리크 에릭손 ECIPE 공동창립자
“우리는 혁신의 환상 속에 살고 있어
혁신비용 높아지고 규제로 생산성 저하
기존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 추구해야“
◆ 세계지식포럼 ◆
“25년 전 혁신기업이었던 노키아와 에릭슨은 지금
삼성전자보다 훨씬 낮은 기업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기존 기술과 제품이 잠식될까봐 새로운 혁신을 꺼렸기 때문이죠.”
프레드리크 에릭손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 공동창립자 겸 디렉터는 9일 세계지식포럼 ‘혁신의 환상:열심히 일해도 성과가 거의 없는 이유’ 세션에서 “혁신은 기존의 것을 어디까지 포기하고 얼마나 많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에릭손 공동창립자는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속도는 예전보다 훨씬 느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혁신의 환상 속에 살고 있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비용은 더 비싸지고 각종 규제로 산업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열심히 일하는 기업 문화와 많은 연구개발(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비용이 과거에 비해 훨씬 높아진 점을 혁신을 저해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에릭손 공동창립자는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연구원의 숫자는 늘어나는데 연구생산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투입하는 투자금액과 자원의 규모도 예전과 비교도 못할 정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복잡해진 규제로 인해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다른 국가나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지역별로 일관성 없는 규제가 인적 자원뿐만 아니라 생성형 AI와 같은 최첨단 분야의 발전도 저해한다는 것을 문제로 언급했다.
그는 “많은 게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까다로워졌다”며 “각종 직업 라이선스 제도가 많아지면서 여러 분야나 지역을 넘어서 기술의 결합이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에서 GMO와 AI 규제를 도입함에 있어서도 기술에 대한 정의부터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 규제기관, 사법부 간의 책임의 범위도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자율주행차로 사망사고가 날 경우 소프트웨어, 자동차 제조사, 알고리즘 등 어떤 주체가 법적 책임을 질지도 방향성이 불분명하다”고 했다.
에릭손 공동창립자는 혁신의 불씨를 다시 살리기 위해선 대기업들이 먼저 ‘창조적 파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기술과 제품의 경쟁력 저하를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기술 혁신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자사제품 잠식하지 않으면 누군가 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며 “기업들이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 하고 있던 것을 멈추는 킬러 본능을 가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몸집이 큰 기업들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주요 기업들의 최대주주인 연기금과 기관들이 기업의 위험부담을 꺼려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것을 선호해 혁신을 저해한다도 꼬집었다.
에릭손 공동창립자는 “기관들은 특정 업종의 상위 5개 기업에 투자하는 등 개별 기업의 특성보다는 이미 매출이 큰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기존 제품을 엎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시장과 섹터를 흔들었던 신생기업은 창업가적인 마인드를 바탕으로 혁신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이라며 “대기업들이 과거대로 기존 기술에만 안주한다면 창업가적인 역동성은 더이상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이 혁신 동력을 잃고 있다고 봤다.
아울러 그는 “특정 사업이나 국가의 향방이 궁금하다면 ‘나는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감내할 준비가 됐는가’를 스스로 물어보길 바란다”며 “긍정적인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자신이 속한 경제시스템에서 전반적인 혁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에릭손 공동창립자는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둔 세계 경제 싱크탱크인 ECIPE의 창립 이사이다.
세계은행과 JP모건에서 근무했으며, 스웨덴과 영국 총리를 위해 일했다.
저서로는 ‘혁신의 환상’ 등을 출간했으며 현재 기술과 경제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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