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TV Who Is?] 오름테라퓨틱 이승주, 글로벌 빅딜 터뜨렸다…버텍스에 1.3조 기술이전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 (회사 제공)
▲CEO 오늘

생명공학 기업 오름테라퓨틱은 미국 바이오 기업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버텍스 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한 겸상 적혈구병 치료법 '카스제비(Casgevy)'를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기반 치료법으로는 최초로 승인받은 곳입니다.

오름테라퓨틱이 제공하는 TPD는 표적 단백질 자체를 녹여 없애는 기술입니다.

계약에 따라 버텍스는 오름테라퓨틱의 이중 정밀 TPD 기술인 'TPD 스퀘어'를 활용해 유전자 편집 약물을 환자에게 주입하기 전, 골수 환경을 깨끗이 하는 '전처치제'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다만 버텍스가 'TPD 스퀘어'를 항암제로 개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오름테라퓨틱은 설명했습니다.

오름테라퓨틱이 받는 계약 선급금은 1천500만 달러(약 208억 원)입니다.

버텍스는 3개 타깃을 대상으로 전처치제를 개발할 예정이며, 타깃에 대한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은 각각 최대 3억 1천만 달러(약 4천294억 원), 순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입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이번 계약은 새로운 적응증 영역에서 우리의 선도적인 표적 단백질 분해 접근법이 새로운 질병군의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오름테라퓨틱은 이승주 대표가 2016년 설립한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degrader-antibody conjugates) 분야의 선두에 있는 비상장 임상 단계 바이오기업입니다.

대전과 미국 매사추세츠 렉싱턴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름테라퓨틱은 세계 최초로 TPD를 ADC 형태로 항체에 결합한 TPD, 세계 최초로 단백질 분해에 핵심 역할을 하는 E3 리가아제를 저해하는 물질을 항체에 결합한 ADC 기술인 TPS²(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Stabilization), TPD 등 다양한 분해제를 붙일 수 있는 링커 기술 등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표적인 파이프라인은 TPD²기술을 기반으로 선보인 ORM-5029와 ORM-6151로, 각각 유방암과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중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ORM-6151이 지난해 11월 6일 글로벌 제약 기업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ristol Myers Squibb, BMS)에 총 1억 8,000만 달러(약 2,377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선급금 규모가 총 계약의 56%를 차지해 단숨에 1300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쥐면서 국내 바이오 업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같은 성과를 발판 삼아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6월코스닥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습니다.

오름테라퓨틱의 지난해 매출은 1354억 1700만 원, 영업이익 956억 600만 원, 순이익 682억 1700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자본금은 18억4200만 원입니다.


▲생애

1974년생인 이승주 대표는 서울 경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생화학과에 입학했습니다.

연세대학교 1학년 당시 개봉된 영화 '쥬라기공원'은 이승주 대표가 인생항로를 정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이승주 대표는 "영화에서 호박 안에 있는 DNA를 채취해 공룡을 탄생시키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원래는 순수생물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쥬라기공원을 본 뒤 생명공학 쪽으로 관심이 옮아갔다"고 말했습니다.

이승주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UC버클리에서 생물리학 박사를, 스탠퍼드대학에서는 박사후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후 LG생명과학(현 LG화학 생명공학사업본부)에 입사해 5년간 연구원으로 생활하다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사노피 아시아연구소장에 오른 그는 간암, 위암 등 아시아인에게 잦은 질환을 연구했습니다.

이렇게 국내는 물론 해외 제약사를 두루 경험하면서 이승주 대표는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열망으로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6년, 오래전부터 연구 호흡을 맞추어 왔던 김용성 아주대 공대 교수와 함께 오름테라퓨틱을 공동 창업했습니다.

오름테라퓨틱은 설립 초창기부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출범 1년 만에 내로라하는 벤처캐피탈과 기관투자자들로부터 9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누적 펀딩액은 1296억 원에 달합니다.

오름테라퓨틱의 경쟁력은 단연 맨파워입니다.

바이오 업종은 인력 관리가 특히 중요한 만큼 이승주 대표는 무엇보다 사람을 최우선 가치에 뒀습니다.

인재 영입을 위해 2019년 미국 보스턴에 지사를 설립하고,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조직 문화를 통해 탄탄한 인력을 유지했습니다.

직원들은 직책이 없이 영어 호징으로 서로를 부르는 문화를 정착시키면서 이 대표도 본인도 사내에서는 'SJ'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승주 대표는 평소에 "기업도 생명체처럼 스스로 진화하고 발전해야 한다"며, 임직원에게 적절한 책임과 자유를 주면 성과를 낸다는 'Y이론'을 경영 방침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학력/경력/가족

학력 : 서울 경문고등학교 졸업
1997년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졸업
2003년 미국 UC버클리대학교 대학원 생물리학 박사
2005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화학과 박사 후 과정 수료

경력 : 2005년 LG생명과학 R&D 연구원
2010년 사노피코리아 R&D 담당 이사
2013년 사노피 아시아태평양 연구담당 소장
2016년 오름테라퓨틱 설립, 대표이사


▲어록

"외할아버지께서 제지사업을 하셨는데, 사업이 어려울 때 외국 기술자를 모셔와서 회사를 살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창업 2년 차인 2019년에 보스턴연구소를 만들었는데, 미국을 좋아해서 간 건 아니고 인재가 있어서 갔습니다. 제가 만약에 자동차 회사를 만들었으면 그냥 현대차 출신들을 채용하면 되지 굳이 외국에 안 가도 됐을 거예요. IT 회사였어도 국내에 글로벌 톱티어 회사들이 있으니 그 회사 출신들을 뽑으면 되는 거고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연구를 국내에서 트레이닝 받은 인재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외국으로 가자고 생각했고, 성공한 다른 회사들은 외국에서 어떻게 시작했나 봤죠. 삼성 같은 경우 실리콘밸리에서 연구소를 만들어서 그쪽 기술자로 시작했더라고요. 오름테라퓨틱도 일단 한국, 미국 연구소를 같이 운영하면 시너지가 나서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경험 많은 연구원들로 구성된 미국 연구소에서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건 한국 사람들이 잘하니 한국연구소에서 맡으면 되겠다 싶었죠."
(2023년 11월, 바이오타임즈 인터뷰)

"신약을 개발할 때 (글로벌) 기술이전(L/O)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충족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우선시 돼야 합니다. (신약 개발에 앞서) 어느 분야에 포지셔닝할지 고민하기 때문에 연구 기획부터 진행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콘셉트의 신약 디자인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링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2024년 5월, 기자간담회)


[ 황주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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