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전통 IB(기업금융) 부문 성장으로 국내 주요 증권사 1분기 실적이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지속돼 PF 관련 충당금이 추후 실적을 좌우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가 공시한 올 1분기 영업이익 합계치는 2조2854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한국투자증권이 36.46%로 가장 크다.


국내외 시장 거래대금 증가로 리테일 부문의 수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예탁결제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장내 주식시장의 일평균 결제대금은 약 8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늘어났다.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21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에 비해 29.7% 급증했다.


올해 채권발행시장(DCM), 주식발행시장(ECM) 등 전통적인 IB 부문 영업이 본격 재개된 것도 호실적에 영향을 줬다.


이런 흐름 속에 어닝 서프라이즈도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은 2705억원으로 시장 전망치 평균에 비해 25% 높았다.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에 비해 32% 높은 3377억원이었다.

이들 증권사는 부동산 PF 규모와 브리지론 비중이 낮아 충당금 부담도 비교적 작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업종의 올해 실적에 대한 시장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증권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한 달 전에 비해 높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이 속한 한국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1221억원으로 한 달 전(1조140억원)에 비해 10.7% 늘었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8217억원에서 8649억원으로 5.3% 올랐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 시행되면 증권사가 더욱 유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안의 일환임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 투자 환경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 의지는 증권사에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IB 부문의 수익성 반등을 전망하며 최선호주로 한국금융지주를, 차선호주로 NH투자증권을 제시했다.


다만 부동산 PF 관련 추가 충당금은 추후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3일 부실 사업장을 정리해 '옥석 가리기'를 유도하는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인식이 증권업종 2분기 실적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걸로 전망된다"며 "적절한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부동산 금융 회복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편 증권사들이 이미 부동산 PF 부실화에 대비해와 타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22개 증권사의 브리지론 규모는 6조9000억원으로 같은 해 3월 말 대비 1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각 증권사가 부동산 금융 관련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영향이다.

지난해 말 증권사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3000억원 늘었다.


박 연구원은 "대부분 증권사들이 지난해 충당금 및 감액손실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에 추가 발생 금액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짚었다.


[명지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