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실현가능 디자인 조율할것”
|
네덜란드 건축업체 아치미스트가 잠수교를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제출한 조감도 [사진출처=서울시] |
서울시가 최근 잠수교를 보행전용 다리로 바꾸는 디자인 청사진을 내놓은 것에 대해 토목업계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15일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와 대한토목학회는 “서울시가 선정한 잠수교 설계 작품은 건설기술진흥법 행정규칙인 하천설계기준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0일 잠수교 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미술관을 콘셉트로 설계된 당선작은 최상단 반포교와 잠수교 사이에 핫핑크색 공중 보행다리를 추가 설치하는 게 특징이다.
|
네덜란드 건축업체 아치미스트가 잠수교를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제출한 조감도 [사진출처=서울시] |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당선작은 과거 홍수위인 표고 13.7m 보다 1m 높게 계획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한강의 ‘계획홍수위(표고 16.1m)’ 아래로 설치되어 하천설계기준을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취지다.
그는 “디자인이 예쁘게 보이는 데만 집중해선 안된다”며 “심사를 할 때 미관 전문가가 아닌 교량 전문가 입장이 더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토목학회 관계자도 “하천설계기준을 준수하지 못해 사실상 성립할 수 없는 안”이라며 “초기 단계지만 지금 같은 콘셉트로 구현이 어려울텐데 왜 이를 고려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이제 막 디자인 계획 단계란 입장이다.
본격 설계는 다음 달부터 진행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디자인 공모를 통해 아이디어를 받아본 것”이라며 “계획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실현 가능한 방안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협의해 실현 가능하도록 보완할 예정”이라며 “기술검토위원회에서도 절대적 불가는 없다는 의견을 줬다”고 반박했다.
|
네덜란드 건축업체 아치미스트가 잠수교를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제출한 조감도 [사진출처=서울시] |
시는 반포대교 하단의 일부 구간은 높이가 19.8m까지 나온다고도 했다.
한강 계획홍수위인 16.1m 이상 높이로도 지을 순 있다는 것. 공중 보행로를 모듈화 방식으로 부분부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물론 이 경우 800m에 달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야외 미술관이란 최초 콘셉트에선 살짝 벗어나게 된다.
반포대교 바로 아래 있는 잠수교는 길이 795m, 너비 18m로 한강 다리 중 가장 짧다.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이 인근이라 접근도 용이하다.
서울시는 이곳을 시민들이 걸으며 즐기는 수변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디자인 설계 공모를 진행했다.
그 결과 네덜란드 신생 건축업체인 아치 미스트가 그린 작품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이 선정됐다.
핫핑크 빛깔 공중 보행다리를 설치해 공유 공간을 넓힌 게 장점이다.
평상시엔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상황에 따라 패션쇼 런웨이, 야외 영화관, 결혼식장 등으로 사용한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