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밑은 쳐다도 안본다”...바다 아래서 ‘중국 패싱’ 나선 미국

데이터흐름도 바꾼 미중갈등
3년후 中연결 신규케이블 ‘0’

지난달 기시다 후미오 총리(왼쪽)의 미국 국빈 방문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제의로 건배하는 미일 두 정상.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글로벌 데이터의 흐름도 바꿔놓고 있다.

국가 간 통신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의 집적지가 중국을 거치지 않고 싱가포르 등 동남아로 바로 연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도 탈중국 현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조사회사 텔레지오그래피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에 완공되는 홍콩에 접속하는 해저 케이블 3개를 마지막으로 2026년 이후 중국에 새로운 해저케이블 부설 계획이 하나도 없다고 보도햇다.


반면 싱가포르는 2025년 이후 7개가 새롭게 연결되는 등 중국의 2배 이상이 신설된다.

미국과 동남아시아의 중간에 있는 괌에는 9개, 일본에도 4개의 해저 케이블이 각각 2025년 이후 추가로 연결된다.


구글은 지난달 일본과 괌, 하와이를 잇는 해저 케이블 2개를 10억 달러(약 1조3600억원)를 투자해 새롭게 부설한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미국 국빈 방문 시기에 맞춰 발표된 투자 계획과 관련해 양국 정상은 “미일과 태평양 도서국간의 디지털 통신을 개선하는 투자를 환영한다”라고 평가했다.


해저 케이블은 인터넷에 필수적인 기간 인프라로 국제 통신의 99%를 담당한다.

올해 전 세계에서 해저 케이블 완성 거리는 약 14만㎞로 5년 전의 3배로 늘었다.


특히 최근 동영상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으로 데이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해저 케이블 투자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에서도 데이터 소비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신규 해저 케이블 연결이 줄어드는 것은 미중 대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중국의 경우 경제성장에 따라 데이터 소비가 늘면서 해저 케이블 연결이 활발해졌다.

1994년 이후 가동된 1000km가 넘는 해저케이블은 모두 15개에 달한다.

주로 태평양을 넘나드는 이러한 해저케이블 투자를 주도해 온 것은 중국 국영 이동통신회사들이었다.


흐름이 바뀐 것은 2020년 전후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정권하에서 ‘클린 네트워크’ 계획을 발표해 통신 인프라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후 기밀 정보 보호를 이유로 해저 케이블과 관련해 강경한 자세로 나가게 된 것이다.


실제로 미국 법무부는 2020년 구글과 메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홍콩을 연결하는 1만3000여㎞의 계획을 재검토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따라 최종 단계에서는 홍콩을 제외하고 대만과 필리핀만 연결하게 됐다.


또 세계은행이 주도하는 남태평양 도서국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도 미국의 영향으로 중국 기업을 배제한 채 진행되고 있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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