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사장)가 2일 이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시대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급성장이 예상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1위를 지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술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선언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사장)는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 생산할 HBM도 대부분 솔드 아웃(품절)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일 곽 사장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R&D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서비스 공급자가 증가하며 HBM 시장도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60%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기술 경쟁력과 생산능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갈 방침이다.

우선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나선다.

곽 사장은 "HBM3E 12단 제품은 이달 샘플을 제공하고 3분기에 양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6세대 HBM(HBM4) 양산 일정도 앞당겼다.

2026년으로 예정됐던 HBM4 12단 제품은 내년에 만들 계획이다.

HBM4 16단 제품은 2026년에 양산한다.

SK하이닉스는 HBM4에도 어드밴스트 MR-MUF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날 SK하이닉스 경영진은 어드밴스트 MR-MUF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MR-MUF 방식은 반도체 칩 사이의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보호제를 주입해 굳히는 공정이다.

SK하이닉스는 어드밴스트 MR-MUF로 열 방출 성능을 10% 끌어올린 바 있다.




우진 SK하이닉스 패키지&테스트 담당(부사장)은 "MR-MUF가 고적층에서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MR-MUF는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순간적으로 열을 가해 더 많은 칩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MR-MUF를 적용해 HBM3 12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생산능력도 대폭 확충한다.

청주 M15X를 비롯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미국 인디애나주 패키징 공장 건설로 HBM 수요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낸드 생산 거점으로 점찍었던 M15X는 D램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시장 수요를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김영식 SK하이닉스 제조기술 담당(부사장)은 "M15X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포함해 복층 구조로 건설 중"이라며 "내년 11월에 클린룸을 열고 2026년 3분기부터 양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선 "2027년 5월 클린룸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니팹에선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평가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담당(사장)은 "HBM 성능·효율을 최대치로 올리려면 로직 공정을 써야 한다"며 "대만 TSMC와 협업해 로직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곽 사장은 맞춤형 HBM으로 수익성을 높이면서도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잉 공급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6세대 HBM(HBM4) 이후부터는 맞춤형 수요가 늘면서 수주형 비즈니스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네트워크와 선제적 투자 등의 혜안이 AI 반도체 리더십을 확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SK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편입됐는데, 당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 반도체 기업이 투자를 10% 이상 줄였다"며 "그럼에도 SK그룹은 대대적 투자를 결정했고 시장이 언제 열릴지 불확실했던 HBM도 투자에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2016~2024년에만 HBM 매출이 최소 140억달러(약 19조원)에서 최대 160억달러(약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천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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