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킹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보유한 자산에 비해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 주가에도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달러로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인프라를 빌려야 하는 운송·유틸리티 등은 환율에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외화부채 부담이 큰 기업은 달러값이 오르면 환손실이 커지면서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9일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연초보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5% 하락했다고 가정할 때 코스피 순이익은 올 1분기와 2분기 약 1조9000억원, 1조2000억원씩 영업외손실을 총 3조1000억원가량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 관련 손실에 따라 현재 35조원 수준(증권가 컨센서스)으로 전망되는 1분기 코스피 총순이익이 33조1000억원으로, 39조9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2분기 순이익이 38조7000억원으로 떨어지면서다.


코스피가 외화순부채 상태인 만큼 영업외에서 일부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따른 영업외손익은 주로 외화순자산에 영향을 받는다.

외화순자산은 외화자산에서 외화부채를 뺀 수치를 가리킨다.

금융을 제외한 코스피 외화부채(2022년 기준)는 총 233조2000억원으로 외화자산(172조3000억원)에 비해 약 1.35배 많다.


업종별로는 운송 분야가 총자산 대비 외화순자산 비중이 -14.9%로 가장 낮았다.

뒤이어 유틸리티(-10.8%) 디스플레이(-5.9%) 통신서비스(-5.1%) 반도체(-4.9%) 순으로 외화부채 부담이 높았다.

반면 조선업종의 총자산 대비 외화순자산 비중이 14.5%로 가장 높았으며 보험(9.5%) 헬스케어(4.5%) 자동차(3.4%) IT하드웨어(3.1%) 순으로 외화부채 부담이 작았다.


외화부채 부담이 큰 기업 주가에도 환율이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6% 넘게 빠진 에쓰오일이 대표적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외화자산이 1조648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 감소하는 동안 외화부채는 5조9284억원으로 18% 늘어난 바 있다.

지난 26일 에쓰오일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16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4% 줄었다고 잠정 공시하기도 했다.


외화부채가 지난해 기준 4조8958억원으로 외화자산(2조6461억원)보다 많은 대한항공 역시 주가가 한 달간 3% 하락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2.13%)에 비해 낙폭이 컸다.

마찬가지로 외화자산(962억원) 대비 외화부채(1조3221억원)가 많은 SK텔레콤도 주가가 4%가량 떨어졌다.


중동발 위기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에 달러값은 다시 고공 행진 중이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지난해 4분기 1360원대에서 1280원대까지 올랐다가 올 들어 재차 1350원을 돌파했다.


지난 16일에는 약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돌파하며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역사상 달러 대비 원화값이 1400원대를 돌파한 건 1997년과 2008년 그리고 2022년뿐이었다.


다만 대형 상장기업 대부분은 금융상품을 통해 환율변동 위험을 헤지하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환헤지를 하는 업체 비중과 헤지 비율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환율 등이 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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