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행정의 시간입니다.

총선이 끝나면 행정부로 시선이 쏠리겠죠."
세종의 한 관료가 최근 기자에게 전한 말처럼 4·10 총선에 집중됐던 조명은 곧 행정부를 향할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달 초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기재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여야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살포한 개별 공약들을 놓고, 정부가 실현 가능성과 우선순위를 고려해 재정·세제 운영 방향을 짤 시간이 임박했다는 의미다.


여당이 제시한 가공식품 부가가치세율 인하, 야당이 내놓은 월세 세액공제 확대 등 세제 혜택에는 세수 감소라는 결과가 뒤따른다.


철도 노선 연장을 포함해 2000개가 넘는 여야의 개발사업 공약은 대규모 재정 투입을 수반한다.

이 가운데 재원 조달 계획이 제시된 사업은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행정의 시간이 오는 게 두렵다는 관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정치권의 모든 공약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당국을 비롯한 정부로서는 총선 청구서를 받아드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행정 시계'는 총선 전에도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행보가 인상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최 부총리,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연일 하나로마트 등 물가 현장을 방문해 물가 안정 대책을 속속 내놨다.


다행히 치솟던 생활물가는 내림세로 돌아섰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힘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3%대로 높은 수준인 데다 고금리까지 겹쳐 서민들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민생이 아닌 분야에서도 정책 성과는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최 부총리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했던 '역동경제'의 실현 방안은 아직 계획조차 나오지 않았다.


"상반기 중 발표하겠다"는 말만 수개월째다.

재정준칙 도입법 등 총선 이후로 미뤄둔 입법과제도 쌓여 있다.

시간이 없다.

행정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희조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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