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행동주의펀드와 대결서 완승…“이젠 주주·소비자에 집중”

아이거 CEO는 94%로 재선임
반대파 지지율은 31% 그쳐
지분 1.6% 보유한 트라이언파트너스
디즈니 승계 리스크·OTT 부진 문제삼아와

밥 아이거 디즈니 CEO. [AP 연합뉴스]
‘콘텐츠 제국’ 월트디즈니(이하 디즈니)가 월가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와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3일(현지시간) 열린 디즈니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제안한 기존 이사회 멤버 12명의 재선임안에 손을 들어줬다.


디즈니 지분 1.8%를 보유한 트라이언파트너스는 디즈니의 부실 경영 등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말 이사진 개편을 요구하며 대결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넬슨 펠츠 회장이 이끄는 트라이언파트너스는 펠츠와 제이 라술로 전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이사 지명을 요구해 왔다.


다만 투표결과 펠츠의 경우 31% 지지에 그쳐 이사진에 합류하지 못했다.

라술로 전 CFO는 펠츠보다 지지율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존 이사회 멤버였던 아이거 디즈니 CEO는 94%에 달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이사회 멤버로 재선임됐다.

특히 디즈니 주주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도움이 컸다.

이들의 75%가 회사 측을 지지했다.


아이거 CEO는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보내준 주주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어수선했던 위임장 대결이 일단락된만큼 우선 순위인 주주를 위한 성장과 가치 창출, 소비자를 위한 창의적 우수성에 100%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디즈니는 트라이언파트너스에 맞서 기관 투자자는 물론, 창립자 가족인 스타워즈 제작자 조지 루카스,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 애플 전 CEO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 로렌 파월 잡스 등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디즈니 지분은 뱅가드 그룹(7.8%)이 최대주주로 알려져 있고, 블랙록(4.2%)과 스테이트 스트리트(4.1%)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주총 전날 뱅가드 그룹과 블랙록의 경영진에 대한 지지가 트라이언파트너스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디즈니 경영진이 힘겨운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여전히 많은 과제가 산적해있다고 CNBC는 전했다.

경영 승계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아이거 CEO는 1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2020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가 직접 고른 후임 밥 차펙 전 CEO가 실적 부진으로 2년만에 축출되자 다시 CEO직에 복귀했다.

그의 임기는 2026년까지 연장됐지만 아직 물망에 오른 후임자는 없다.


스트리밍 사업 부문의 저조한 실적도 문제다.

CNBC는 “ESPN의 OTT 서비스는 수년간 구독자가 감소하면서 신생 스트리밍 업체들과 정면으로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라며 “디즈니 + 역시 시장 선두주자인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에 맞서 2019년 론칭한 OTT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디즈니+)는 누적 적자가 110억 달러(약 14조65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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