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반도체 종목들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오늘(23일) 한국거래소에따르면 21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신용잔고)는 5천237억9천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2년 10월 25일(5천463억8천만 원) 이후 1년 5개월 만의 최대 규모입니다.

신용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으로,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입니다.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는 3천125억7천만 원으로 2021년 10월 18일(3천227억5천만 원) 이후 2년 5개월 만의 최대 규모로 늘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신용잔고는 이달 들어 각각 10%, 52% 증가해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 신용잔고 증가율(6%)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미국 마이크론의 호실적에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HBM(고대역폭 메모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했습니다.

이에 앞서 AI(인공지능) 반도체 랠리에서 소외됐던 삼성전자까지 뒤늦게 랠리에 가세했습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 각각 7.5%, 8.7% 상승했습니다.

코스닥시장에도 반도체주에 대한 '빚투' 열기가 번지고 있습니다.

HPSP의 신용잔고는 지난 19일 983억5천만 원으로 늘어나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리노공업의 신용잔고도 지난 14일 575억6천만 원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이오테크닉스의 신용잔고는 지난 18일 792억3천만 원까지 증가해 올해 들어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HPSP 신용잔고는 21일 기준 969억6천만 원으로 이달 들어 13.7% 늘었으며, 리노공업이오테크닉스도 각각 18.2%, 12.0% 증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가 행진을 주도해온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주들이 조정을 받을 경우 국내 반도체주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간 지속되는 미국 증시의 과열 양상 등을 감안할 때 현재 미국 증시는 추가 상승 시 과열, 매물 부담이 가중되는 국면으로 단기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작년부터 선반영됐기에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고심할 시점"이라며 "반도체 관련 국가 증시들의 고평가 우려와 연동돼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 현연수 기자 / ephal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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