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우리나라 수출 효자 품목인 K-반도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등 강대국들이 반도체 패권을 선언하며 관련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선진국인 국내 인재들이 잇따라 이탈하고 있는 건데요.
단순한 인재 유출을 넘어 기술 유출과 산업 재산권까지 침탈 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보도국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길금희 기자, 어서오세요!


【 기자 】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가장 먼저 삼성전자 사례를 짚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반도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최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로 이직한 직원이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요?


【 기자 】
그렇습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던 이른바 K-반도체 톱기어들이 최근 인재 유출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8일 매일경제가 비즈니스 네트워크 플랫폼 '링크드인'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에서는 직원 260여 명이, SK하이닉스에서는 직원 110여 명이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지난달 말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5세대 HBM, 그러니까 고대역폭메모리 양산 소식을 깜짝 발표한 바 있죠.

5세대 양산은 반도체 강국인 국내 기업들보다도 앞선 행보였는데요.

게다가 기존에 SK하이닉스가 독점 공급하고 있던 엔비디아에 향후 이 5세대 HBM을 공급하겠다는 언급을 해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시장 3위인 마이크론이 갑자기 1,2위 기업보다 먼저 5세대 양산 발표를 한 것도 모자라 고객사까지 지목하고 나서면서 업계에서는 자연스레 이런 배경에는 인재 유출이 한 몫 한거 아니냐 하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 앵커멘트 】
실제 SK하이닉스에서 이 HBM 설계를 주도해오던 핵심인물이 마이크론 임원이 된 것으로 알려져 기업 기밀 유출 논란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부터 국가 산업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소재인 만큼 이들 기업의 인재 유출이 불러오는 피해액은 수치화하기도 어려울 정돈데요.
SK하이닉스가 약정을 위반하고 마이크론으로 넘어간 전직 연구원을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최근 이를 받아들였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 겁니까.


【 기자 】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달 29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연구원 A씨에게 전직 금지를 위반하면 1일당 천 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는데요.

그러면서 "전직으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동등한 사업 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지만, SK하이닉스는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이라며 "정보가 유출될 경우에는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A씨는 회사 재직당시 정보보호서약서를 작성했고, 퇴직 시점에서는 전직 금지 약정서와 국가핵심기술 비밀유지 서약서도 쓴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사태가 이렇자 국가적으로 중대한 산업 기밀 유출에 대한 법적 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커지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이렇게 장시간에 걸쳐 쌓아온 기업 기밀을 인력 빼가기로 단발에 따라 잡을 수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억울한 일이 어디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업 인재유출 문제,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반도체부터 최근에는 바이오 산업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산업 전반에서 인력 쟁탈전은 심각해지고 있다고요?


【 기자 】
네 반도체와 바이오, 모두 최근들어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이른바 고부가 산업들인데요.

산업 가치가 높아질수록 인재 유출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재 빼가기는 동종업계 기업간은 물론 국가간 경쟁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실정인데요.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삼성전자의 전직 임원이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그대로 본 떠 중국에 복제 공장을 건설하려던 혐의로 기소된 적이 있고요

K-바이오의 경우도 코로나로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자, 인력 쟁탈전에 시달려야 했는데요.

국내 최대 진단기기 업체인 씨젠의 경우도 해외 사업을 담당하던 멕시코 법인장이 전직금지 약정을 깨고 경쟁업체로 옮겨가자 소송을 벌인 바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앞서 얘기했지만 전직금지 계약서 등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약정 체결에도 인력 유출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즉, 처벌을 받는 것보다 이직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더 크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이렇다보니 처벌 수준이 미미하거나 솜방망이에 그치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기자 】
네, 중대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인력 단속은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는데요.

특히 인재 유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해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을 높인다는 방침입니다.

또 정부도 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는 있는데요.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밀 유출 긴장감도 커지는 만큼 이런 계획들이 얼마나 속도감있게 추진되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거라는 해석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에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규제를 발표하고 우리 정부에도 동맹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요.

이에 정부도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참여할 지 여부를 두고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동맹 관점에서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는게 맞긴 하지만, 최근 우리와 미국 사이 발생한 인력 탈취를 고려해 봤을때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게 맞는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요.

실제 어떤 게 국익에 더 도움이 될 지 심도깊은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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