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7억달러(약 9300억원) 시대를 연 미국 프로야구(MLB) 슈퍼스타인 오타니 쇼헤이의 3월 내한경기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한국에서 열리는 MLB 개막전 티켓 판매가 불공정행위(끼워팔기)에 해당하는지 조사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여기에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도 끼워팔기를 규제대상으로 보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와우 '유료 회원'에게만 티켓을 팔아선 안 된다는 주장이 핵심인데,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유료회원에게만 파는 글로벌 가수 내한 공연이나 유료 스포츠 콘텐츠가 보편화된 만큼 "소비자 후생과 선택권을 제한하는 역차별 아니냐"는 주장도 커지고 있다.

5일 국회에서도 (가칭)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은 여러 이유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래전부터 회원 대상 선예매 할인혜택 제공, 쿠팡와우도 같은 맥락

최근 스포츠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에 MLB 티켓 판매가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쿠팡 와우 유료 회원에게만 티켓을 파는 것이 문제고, 이 티켓을 사려면 쿠팡 와우 회원에 가입해야 돼서 '끼워팔기'라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조사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조사 검토 가능성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에게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타니 선수가 소속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 3월 20일 예정된 MLB 경기 1차전(서울 고척돔·1만6000석 규모) 티켓은 8분만에 전석 매진됐다.

이미 구매를 마친 야구팬들은 "조사 여부에 따라 이미 완판된 경기와 팬 행사 티켓을 구입한 1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 아니냐" "완판, 매진 상황에서 날벼락이다" "예매전부터 공지했는데 예약 다 끝나고 자리 없으니 신고하는 건가? 시작전부터 공정위에 신고를 하던가" 등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여러 기업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자사 서비스 이용 회원 대상으로 가수 공연 콘텐츠 예매와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VIP마케팅을 보편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시작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가 대표적이다. 슈퍼콘서트는 현대카드 회원에 한해서만 ‘선예매’와 할인 혜택(20%) 등을 부여한다. 카드 회원들의 선예매가 끝나면 비회원도 예매는 가능하지만 티켓이 완판되거나 할인을 못받는 사례가 있어왔다. 쿠팡의 MLB 야구팀 초청 경기가 기존 회원 행사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8년 글로벌 팝스타 샘 스미스 내한 공연 당시 현대카드 회원 대상의 선예매는 오픈 1분만에 매진됐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피네이션(P NATION)도 가수 싸이의 여름 콘서트인 ‘흠뻑쇼’를 NFT 선예매 방식을 도입했다. 공정위는 지금껏 이 같은 사례에 '끼워팔기' 불공정 행위를 적용한 사례가 없다.

◆국회, "플랫폼 경쟁 촉진법 제정은 신중해야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소수의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고, 플랫폼 시장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위반행위를 금지하는 (가칭)플랫폼 경쟁촉진법(이하 플랫폼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끼워팔기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플랫폼법으로도 연결되는 만큼 논란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날 끼워팔기 등 플랫폼법 제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정위 규제에서 자사우대나 끼워팔기는 경쟁제한성 효과, 소비자 후생 증진 평가 없이 그 자체로 위반 행위로 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된 플랫폼 활동을 제약할 우려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기준에 대해 ▲사전 지정의 필요성과 시급성이 분명하지 않고, ▲낙인효과와 민간자율 존중 원칙 배치 측면이 있으며, ▲기업의 활동 제약 우려 등 여러 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보고서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남용행위를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는 방식의 규제 도입 필요성 또는 시급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지정은 '남용행위 잠재기업'을 사전에 정하는 ‘낙인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의 성장 기회를 포기하도록 유인하는 한편 민간자율 원칙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 결정은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량 요건은 각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한 결과를 나타낸 수치여야 하고, 플랫폼 사업자의 규모나 영향력을 단순하게 반영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지정에 경쟁당국이 자의적 개입을 할 여지가 높다"면서 "생태계 전반의 성장 위축 가능성,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활동 제약 우려 등도 충분히 고려해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보고서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추구해온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규제 방식을 유지하면서, 향후 여러 국내·외 플랫폼 시장의 변화와 집행 사례들을 참고해 규제의 효과를 제고"하고, "혁신과 시장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 하다"고 조언했다.

컨슈머워치 곽은경 사무총장도 "공정위의 금지 사항들이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 활동의 범주에 들어간다"며 "각종 멤버십과 콘텐츠, 선물하기 서비스가 규제받는 것은 소비자 후생을 낮추는 일"이라고 했다.

[김백상 기자 104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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