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 설치된 한 임시 코로나19 검사소에서 주민들이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8824명을 기록해 지난 4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제조업 중심지인 광둥성 광저우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해 도시 일부 지역이 봉쇄됐다.

감염 확산이 도시 전역에서 발생할 경우 중국 제조업은 물론 중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광저우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2555명에 달해 중국 전역 신규 감염자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인구가 1900만명에 달하는 광저우는 사흘 연속 신규 감염자 숫자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됐다.


이에 광저우시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주로 발생하는 하이주구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들의 이동을 금지시키는 봉쇄령을 내렸다.

봉쇄 지역에서는 한 가정에서 1명만 생필품 구입을 위해 하루 한 차례 외출을 할 수 있다.

CNN은 "봉쇄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약 50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광저우시는 또 시내 11개 구 가운데 8개 구의 초·중·고등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버스와 지하철의 일부 노선 운행도 중단됐다.


중국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 중 하나인 광저우 바이윈 공항의 하늘길도 사실상 차단됐다.

중국 항공데이터 제공 업체인 '플라이트 마스터' 집계 기준으로 광저우 바이윈 공항에서는 전날 오전 10시까지 1163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바이윈 공항의 항공기 결항률은 89%에 달했다.


광저우 봉쇄 지역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당초 7일까지만 봉쇄하겠다고 공지가 나왔는데 확진자 급증으로 봉쇄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방역당국이 광저우에서 이른바 '정밀 방역'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 자릿수 감염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시 전체를 봉쇄하지 않고 감염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일부 지역만 선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감염자가 2명 나오자 일주일간 도시를 전면 봉쇄한 랴오닝성 단둥시처럼 무관용 방역정책을 실시하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광둥성의 이런 대응은 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줬던 '상하이 봉쇄'의 학습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구 2500만명인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는 지난 3월 25일부터 두 달여간 도시를 전면 봉쇄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이 우한 사태 이후 최저인 0.4%까지 급락하면서 중국 경제가 제로 코로나의 늪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업 허브인 광저우가 전면 봉쇄된다면 중국 경제가 상하이 봉쇄 사태만큼의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전체 무역의 4분의 1가량을 담당하는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에는 첨단 정보기술(IT)부터 의류까지 다양한 분야의 공장들이 위치해 있으며 세계 5위 컨테이너항인 광저우항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신규 확진자가 계속 급증할 경우 상하이처럼 광저우에 대해서도 셧다운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에서는 과거 상하이의 통계와 사태 전개 과정 등을 현 광저우 상황과 비교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면서 전면 봉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상하이 당국은 처음에는 도시 전면 봉쇄설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일일 신규 감염자가 3000명을 넘어서자 결국 전면 봉쇄를 택했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광저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신규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중국 내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피로감과 반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31개 성·시·자치구의 신규 감염자 수는 8824명(무증상 7691명)으로 집계돼 상하이 봉쇄 사태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가혹한 봉쇄와 지속적인 의무 검사 시행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감염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며 "제로 코로나는 이제 비현실적인 목표가 됐다"고 보도했다.


잇단 사건·사고로 밑바닥 민심도 흔들리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봉쇄 중인 네이멍구자치구에서 55세 여성이 주거지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성은 불안 장애를 앓고 있었는데 아파트 현관문은 코로나19 봉쇄로 굳게 잠겨 있었다.

사망자의 딸이 이상 징후를 감지해 당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지난 1일 간쑤성 란저우에서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세 살짜리 아이가 제때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병원이 있었지만 코로나 봉쇄 구역이어서 구급차 도착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SNS에는 중국 당국의 융통성 없는 무관용 방역 정책을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폭스콘 공장 근로자들의 집단 탈출 사태가 벌어졌던 허난성 정저우시에서는 대학생들이 학교를 집단 탈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베이징/손일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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