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내년 세계 경제가 불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연구보고서에서 "세계 3대 경제국인 미국, 중국, 유로존 경제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약간의 타격만 가해져도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제가 1970년 경기침체 이후 반세기 만에 가장 가파른 둔화세에 처해 있으며 소비자 신뢰가 글로벌 경기침체 직전보다 더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일련의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세계 경제성장이 급격히 둔화하는 가운데 더 많은 국가가 경기 후퇴에 빠지면서 둔화세가 가속될 수 있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 국민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현재 각국이 5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동시에 통화·재정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고 내년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기준금리가 4%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 평균보다 2%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인플레이션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낮추기에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국이 잇달아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것은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전 세계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를 대폭 줄이면서 유로존 에너지 위기가 경기침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6월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7월에도 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다음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 유력시된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며 11년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9월에는 0.75%포인트 인상했다.


공급망 혼란과 빠듯한 인력 수급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 한 에너지를 제외한 세계 근원물가 상승률은 내년에도 5%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는 지난 5년 평균치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 상승세를 목표치 수준으로 낮추지 못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경기가 후퇴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세계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2%포인트 인상해 평균 6%대로 높일 필요가 있는데, 이 경우 내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로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1인당 GDP로 환산하면 0.4% 감소로 나타나고, 이는 기술적 경기 후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세계적으로 통화·재정 긴축정책이 동시에 시행되고 있어 그 효과가 서로 겹치면서 증폭돼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맬패스 총재는 "당국자들이 정책의 초점을 소비 감소에서 생산 증대로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결정에 대해 명확하게 시장과 소통하고 정책 당국자가 신뢰할 만한 중기 재정계획을 입안하며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구제책을 내놓으면 경기 후퇴를 유발하지 않고서도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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