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한 직원이 선로 위를 지나가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미국 철도 노사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이르면 16일 자정부터 노조 파업이 개시될 예정이었으나, 15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재 속에 협상안이 잠정 타결됐다.

[AP = 연합뉴스]

미국 철도노조가 30년 만에 대대적인 파업을 예고했다가 백악관 중재를 거쳐 극적으로 사측과 합의했다.

미국 내 화물 운송의 30% 비중을 차지하는 철도 파업 발생 시 초래할 물류대란과 공급망 위기도 넘겼다.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10만명 이상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주요 철도노조와 철도 경영진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재로 20시간 마라톤 협상을 통해 15일(현지시간) 임금 인상과 유급휴가 확대 등 새로운 근로 조건에 잠정 합의했다.

'파업 디데이'인 16일 자정을 하루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 노사 합의안이 도출됐다.

앞으로 이러한 합의안에 대한 개별 노조 찬반 투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사이에 철도 노사 간에 파업을 유예하는 냉각 기간이 연장된다.

이에 따라 비록 노조원 과반 이상이 노사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코앞에 닥친 철도 파업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철도 노사의 잠정 합의안은 미국 경제와 국민들에게 중요한 승리"라며 "철도 근로자들은 더 나은 임금, 근로 조건 개선, 의료비 절감 혜택을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철도 파업이 가져올 상당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노동자 가정에 도움이 되는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철도는 노사 협상 결렬로 30년 만에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파업이 시작되면 기관사와 엔지니어 등 철도 노동자 약 12만5000명이 참여하고, 장기 노선 화물열차는 하루 7000대씩 멈출 것으로 전망됐다.

전미철도협회(AAR)는 철도 파업 시 하루에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의 경제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화물대란이 예고됐던 것이다.


철도는 미국 화물 수송에서 약 26.9%를 차지해 트럭(45.4%) 다음으로 비중이 크다.

뉴욕타임스(NYT)는 철도가 미국 장거리 화물의 40%, 수출 화물의 3분의 1을 수송한다고 지적했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철도가 해상 운송과 육상 운송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철도 파업 시작 전부터 이미 미국 곳곳에서는 경고음이 들려왔다.

전미여객철도공사(Amtrak·암트랙)는 철도 파업 시 선로 문제 등의 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15일부터 화물 선로를 이용하는 장거리 노선 운행 중단을 예고했었다.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시애틀 등으로 가는 대륙횡단노선은 13일 이미 중단됐고, 뉴욕~마이애미 등 7개 장거리 노선은 14일 멈췄다.

유독성 화학물질, 신차, 곡물 등을 싣는 장거리 화물열차들은 열차가 중간에 설 것에 대비해 선적량을 줄인 바 있다.

철도 운송량을 화물트럭 운송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이미 트럭과 기사가 모두 부족한 상황이었다.

미국트럭협회는 철도 운송 화물을 트럭으로 대체하려면 장거리 운행 트럭이 46만7000대 더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미국이 철도 파업에 긴장했던 이유는 여러 분야에 걸쳐 연쇄적으로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멕시코 등 인접 국가에서 조립한 신차 인도가 늦어진다.

부품 공급이 지연돼 신차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도 높다.

캐나다에서의 원유 수입, 멕시코로의 휘발유·디젤 수출 모두 철도 파업 시 대체 배송 방안이 필요하다.

사료 배송을 철도에 의존하는 가금류 농가,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두고 장난감·의류 배송을 준비하는 소매업도 피해를 본다.

운송비가 상품 비용으로 전가되면 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비스 가격보다는 인상률이 낮았던 상품 가격이 들썩이면 물가를 진정시키기 더 어려워진다.


세라 하우스 웰스파고은행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상품 인플레이션이 가장 안심할 수 있던 분야였는데, 철도 파업으로 사정이 바뀌면 인플레 상황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너선 굴드 미국 전국소매연맹 부사장은 "철도 파업이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것"이라며 "공급망 문제에 혼란이 더해지고, 추가 비용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잡기'에 전력투구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철도 노사의 협상 타결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


[이유진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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