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비를 마련하기 위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본격적으로 손을 내밀고 나섰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팬데믹(대유행)으로 방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매출 감소 등 경영난에 처한 상황에서 백신 구매비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면서 기업들은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오늘(4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한국기업들에 전화 등을 통해 백신 펀드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와 함께 휴대폰 가입자들에게도 일제히 문자를 보내 백신 기금 마련에 동참해달라면서 수신 계좌까지 공지했습니다.

호찌민에 있는 A사는 최근 현지 정부 관계자로부터 백신 기금을 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A사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돈을 주면 우리 직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그건 장담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요구까지 해대니 속이 터질 지경"이라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롱안과 동나이 지역에 위치한 생산법인들도 당국으로부터 백신 펀드에 기여해달라는 연락을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보장한다고 해서 베트남에 들어오면서 이같은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펀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지 몰라서 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같은 요청을 받았습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당국에 재원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면서 거듭 지원을 요구했다"면서 "성의 표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베트남 중앙정부는 최근 민간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백신 구매 펀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총 1억5천만 회분의 백신을 마련하기 위해 11억 달러(1조 2천317억 원) 규모의 재원을 배정했습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현지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의 도움으로 이미 상당한 규모의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펀드 조성에 참여한 곳은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박닌성 휴대폰 공장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무료 백신을 제공받아 직원 1만5천 명을 대상으로 이날 접종을 완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보건국 소속의료진이 와서 접종을 했고 회사 측은 장소만 준비했을 뿐 관련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다"면서 "박닌성에서 가장 먼저 백신을 접종한 업체는 대만업체인 폭스콘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접종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구교범 인턴기자 / gugyobeom@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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